[여름방학 특별한 체험] 윤채란 양의 '북극 일기'

입력 2006-08-29 07:52:59

(※ 이 글은 지난 14~17일 북극 탐사를 하고 돌아온 혜화여고 2학년 윤채란 양의 체험기를 일기식으로 구성해 옮겼다. 윤 양은 한국해양연구원과 극지연구소가 주최한 청소년 '북극 체험단'에 뽑혀 북극의 한국다산지기를 다녀왔다.)

▶드디어 북극 도착-8월 14일

오늘은 북극 가는 날! 니알슨 공항에서 북극행 경비행기에 올라 탔다.

둥둥 떠 있는 얼음조각과 얼음 덮인 산들... '드디어 북극에 도착했구나', 벅찬 감동이 밀려왔다. 30여 분을 날아가자 아래로 기지촌(다산기지는 북극 노르웨이령에 다른 외국 기지들과 함께 위치해 있다.)이 보이기 시작했다. 푸른 하늘과 하얀 얼음이 너무 아름다웠다. 그런데 왜 이렇게 눈이 없는거지? 먼 산에는 눈이 덮여 있었지만 주변 땅에 눈은 보이지 않았다.(현재 북극은 여름에 해당하는 계절이다.) 다산기지에서 멀지 않은 곳에 직접 텐트를 치고 야영준비를 했다. 내일부터 본격적인 과학활동을 한다니 설레인다.

▶빙하에 올랐어요-8월 15일

캠핑장에서 북극의 아침을 맞았다. 텐트 밖으로 나가자 뼛속까지 추웠다. PT체조와 스트레칭을 하고 나니 한결 따뜻했다. 배낭을 메고, 아이젠을 차고, 스틱을 드니 마치 극지탐험가가 된 기분이다. 기지에서 바라보는 빙하는 멀지 않았는데 걸어서 2시간이나 걸렸다.(극지방은 대기가 깨끗해 시계(視界)가 실제보다 가깝다.) 우리 6명의 체험단은 허리에 로프를 묶고 빙하에 올랐다. 빙하는 아름다운 파란 빛이다. 파란색 파장이 얼음 속 깊이까지 들어가기 때문에 그렇게 보인다고 강성호 박사님이 설명해 주셨다.

드디어 '아이스 코어링'('빙하 시추'를 뜻함)을 시작했다. 길이 1m짜리 원통형 금속관을 빙하에 박고 열심히 돌려서 얼음을 빼냈다. 맨 밑이 100년 전 얼음이라니 놀랍지 않을 수 없다. 빙하 위를 타고 내려오는 물도 마셔보고 얼음도 씹어 맛을 봤다. 모두 육각수란다.

기지로 돌아와 채집한 생물 시료를 현미경으로 관찰했다. 단세포 식물이 영상 5℃이하의 차가운 물에서 살 수 있는 이유는 결빙 방지물질을 분비하기 때문이라고 박사님이 설명해 주셨다. 극지방에 사는 생물들이 어떻게 추위를 견뎌내는지 궁금했는데 그제야 조금 풀렸다. 내일은 빙하주변 해양생물을 관찰한다니까 더 호기심이 생긴다.

저녁식사를 위해 캠핑장으로 이동했다. 이곳은 여름내내 백야(白夜)가 이어지고 있어 시간개념이 없다. 낮인지 밤인지 헷갈린다. 텐트 속의 온도계는 10℃를 가리키고 있다. 오늘 대구는 35℃였다는데 돌아가면 이 곳의 추위가 그리울 것 같다.

▶보트타고 빙하 관찰했어요-8월 16일

어제보다 더 춥다. 마린 랩(lab)이라는 연구소로 이동했다. 이곳은 바닷가와 인접해 있고 스쿠버 다이빙 도구도 준비돼 있어 직접 시료를 채취해 연구할 수 있다. 내가 나중에 여기서 연구할 수 있다면 참 좋을텐데. 이 곳에서 채취한 시료를 담아둘 실험용 물을 정제하기 위해 복잡한 과정을 거쳤다. 700m까지 파이프를 내려 심층수를 퍼올린 뒤 온도별로 정제한다. 실험용으로 잡은 북극 대구도 봤다. 북극 대구는 혈액 안에 결빙방지 단백질 부동액을 갖고 있어 영하에도 견딘다. 손바닥만하게 작길래 새끼인줄 알았는데 성체라고 한다. 추운 지방과 더운 지방 물고기 크기가 왜 다른지가 연구주제란다.

박사님의 미세조류 세미나도 흥미로웠다. 지구 온난화로 인해 새로운 생물이 증가하고 있는데, 특히 우리나라는 자원이 없기 때문에 미세조류 연구가 더 활발해져야 한다고 하셨다. 내가 나중에 조금이라도 연구에 힘이 되야겠다는 다짐을 했다.

독일기지에서는 오존연구를 위해 기상풍선을 띄우는 광경을 구경했다. 일주일에 한 번 띄운다는데 우리는 운이 좋았다. 헬륨을 담은 풍선은 30~40km 상공까지 상승한 뒤 터진다. 풍선이 터지고 나면 아래 박스에 달린 센서가 전 세계 기상기구에 즉시 기록을 전달한다. 독일기지에는 지난 15년간의 오존 기록이 보관돼 있다고 한다. 풍선이 발사되는 순간을 본 것만으로도 내가 오존연구에 일조한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드디어 보트에 올랐다. 빙하로 가까워질수록 더 많은 얼음조각들이 둥둥 떠 다녔다. 어떤 빙하조각들은 예술품을 연상시킬 정도로 아름다웠다. 다큐멘터리에서만 볼 수 있음직한 광경을 직접 보고 있다는 사실에 가슴이 벅찼다. 작은 동굴에 들어가 북극 해파리를 건졌다. 만져보니 해파리 몸의 일부가 젤리처럼 묻어 나왔다. 이것도 자기방어의 일종이란다. 조류 서식지도 관찰했는데 갑자기 새들이 공격해 깜짝 놀랐다. 내 머리 위로 쌩~ 하고 지날 땐 정말 무서웠다.

▶다산기지여 안녕-8월 17일

북극에서의 마지막 날.

경비행기에 올라 북극 경치를 살피려고 했는데 온통 하얀 구름에 뒤덮여 아무 것도 보이지 않았다. 이제 정말 떠나는구나. 3박4일이 왜 이렇게 짧은 거지? 꿈에 그리던 북극에 와서 뭘 보고 배웠지? 나의 진로는 제대로 잡은 건지, 이 북극체험이 나에게 무엇을 안겨주었는지…. 생각하고 또 생각해 보았다. 깊은 생각 끝에 스르륵 눈이 감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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