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릴레이 이런 삶)윤길중 디지·켐㈜ 대표

입력 2006-08-28 08:33:42

원자재 가격이 폭등하게 되면 기업들은 채산성을 맞추기가 어려워지고 경영난에 빠지기 십상이지만 오히려 더욱 번창하는 곳도 있다.

주요 원자재인 플라스틱을 재생하는 디지·켐(주)도 그런 기업이다. 지난 한해 동안 매출액이 70%나 늘어났으며 올해도 고성장을 예고하고 있다.

때문에 이 회사의 윤길중(尹吉重·45) 대표이사가 주목받고 있다. 국내에 재생산업이 열악했던 상황에서 창업, 13년만에 폴리카보네이트(PC) 분야에 관한한 세계 최고 기업을 꿈꿀 정도로 회사를 성장시킨 것이다. PC는 핸드폰·노트북·자동차 부품·사무기기 등에 사용되는 고가의 플라스틱 원료로 이 회사가 창립될 때만 해도 전량을 외국에서 수입했었다.

창업을 결심하게 된 것은 경북대를 졸업한 직후인 1986년 봄, LG 화학에 입사해 합성수지 부문 근무를 하면서 터득한 노하우와 소신 때문이었다. "엄청난 양의 플라스틱이 사용 후 버려지는 것을 보면서 재생산업이 환경과 경제성,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어 각광받을 것으로 확신했다."고 한다.

그래서 1993년 봄 회사를 그만둔 뒤 퇴직금 1천만 원으로 직원 3명을 데리고 창업했다. 당시만 해도 재생 기업을 고물상 정도로 간주해 어려움이 적지 않았으나 기술 개발을 거듭, 국내 대기업에 독점적으로 납품하게 되면서 급성장하게 됐다. 창업 초기 1억 원 정도였던 연 매출액이 작년에는 70억 원으로 늘어났으며 직원 수도 30여 명이나 된다.

사실 창업하게 된 데에는 가난에 찌들린 집안을 일으켜 보겠다는 장남으로서의 책임감도 있었다고 한다.

전남 구례 농촌마을에서 5남매 중 장남으로 태어났으나 중학교 2학년 때 가난에서 벗어나 보겠다며 가족들 모두 대구로 이사왔던 것이다. 아버지는 공장에 다녔고, 어머니는 포장마차를 했다고 한다.

그러나 협성중학교로 전학와 문예반 활동을 한 것을 계기로 작가가 되겠다는 '다른 꿈'을 갖게 되면서 부모와 갈등을 겪기도 했다. 우등생인 아들이 상업고로 진학, 당시 선망받던 직장이었던 은행에 취직하기를 바랐던 부모의 뜻을 저버리고 몰래 인문고 원서를 내 영신고에 입학해 버렸을 정도였다.

고교에서도 문예반 활동을 계속했으나 서울에 있는 대학의 관련 학과 입학시험에서 불합격했던 게 다시 인생의 전환점이 됐다. 집을 뛰쳐나와 방황하기도 했으나 장남으로서의 책임감을 느껴 부모 뜻에 따르기로 마음을 바꾼 뒤 경북대 경영학과에 진학했으며 창업까지 하기에 이른 것이다.

서봉대기자jinyoo@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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