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정권은 기어코 '신세 진 사람들'의 뒤를 다 봐주고 말 작정인 것 같다. 아무리 낙하산 인사의 부당성을 지적해도 '떠들어도 소용없다'식이다. 공기업과 정부 산하기관에 빈자리가 생길 때마다 드러내 놓고 '자기 사람' 심기다. 후보 공모 전부터 內定說(내정설)이 돈 특정인이 나중에 보면 후보자 3명 압축에 들고 결국에는 최종 낙점을 받는 일이 줄을 잇고 있다. 이런 낙하산 인사를 변명하다 보니 청와대가 임명 사유를 둘러대는 데도 완전히 이골이 나 있는 느낌이다.
신임 이재용 건강보험공단 이사장도 "치과의사 출신으로 병원을 운영해 본 경험이 있어 전문성이 있다"는 게 임명 사유다. 전적으로 틀린 얘기는 아니지만 속이 훤히 들여다보이는 소리다. 지난 번 대구시장 출마 당시에 이미 그의 낙선 후 자리 保障說(보장설)이 나돌았었다. 본래 무소속으로 정치생활을 한 그는 2004년 총선에서 열린우리당 후보로 출마할 때도 장관 보장설이 있었고, 실제 이듬해 환경부 장관으로 갔다. 장관 임명은 또한 대구시장 출마를 위한 經歷(경력) 챙겨주기 측면도 있었다. 이렇게 한 사람이 쳇바퀴 돌 듯 자리를 빙빙 도는 게 이 씨의 경우만 아니다 보니 이 정부의 인사가 옹색해 보일 수밖에 없다.
청와대는 더더구나 이 이사장이 건물임대 소득을 脫漏(탈루)하고 건강보험료도 미납했다는 사실을 알았지만 임명했다고 밝혔다. 소득세 탈루는 검증 기준상 인사 불이익 대상이 아니고 건보료 미납 문제는 액수가 미미하다는 게 그 이유다. 납득하기 어려운 자의적 기준이다. 어떻게 이런 前歷(전력)을 가진 사람이 국민을 향해 건보료 납부를 말할 수 있겠는가. 정부는 이 씨도 모자라 현재 비어있는 건강보험공단 이사 2명도 임명권자인 보건복지부 장관 대학 동기와 열린우리당 총선 낙선자를 내정했다는 소문이다. 사실이라면 연간 예산 24조 원을 주무르는 건강보험공단은 '낙하산' 총 집결지나 다를 바 없다.
앞으로 얼마나 더 많은 낙하산 인사가 줄을 이을지 걱정이다. 이미 김완기 전 대통령 인사수석비서관이 지난 23일 공무원연금관리공단 이사장 임명장을 받았다. 5'31 지방선거 광역단체장 낙선자 5명도 머잖아 '報恩(보은) 인사'가 있을 거란 얘기가 돈다고 한다. 이제는 낙하산 인사의 문제점을 말하는 것도 입이 아플 지경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