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인오락실에 애들 것도 설치하라고?"

입력 2006-08-25 10:34:58

어린이게임기 6대4 설치 규정…"기가 막힌다"

"성인오락실에 아이들이 드나드는 것을 도대체 어떻게 받아들여야 합니까?"

자영업자인 김모(36·대구 북구 산격동) 씨는 얼마 전 동네 한 성인오락실에서 대여섯 살짜리 꼬마 3명이 나오는 것을 보고 깜짝 놀랐다. 아이들은 "간판에 그려진 만화그림이 신기해 들어가봤고 입구에 있는 게임기를 이용하고 왔다."고 말했다.

"그 오락실에 들어가 봤죠. 입구에 초교생 앉은 키 높이의 게임기 몇 대가 설치돼 있고, 나머진 모두 성인용 게임기더군요. 대낮인데도 어두컴컴한 실내에는 담배를 입에 문 어른들이 띄엄띄엄 앉아 있었습니다. 게임이 잘 안 되는지 욕설을 내뱉는 이들도 눈에 띄었고요. 이게 아이들이 놀 수 있는 환경인가요? 기가 막힐 뿐입니다."

사행성 성인오락실의 영업을 사실상 조장해 왔다는 비판을 받고 있는 정부가 성인오락실 내에 어린이들도 사용할 수 있는 게임기를 의무적으로 갖춰놓도록 하는 규정도 만들어 시행해왔던 것으로 드러났다.

대구시내 각 구청에 따르면 성인오락실 설립을 위해서는 18세 이상 이용이 가능한 게임기와 전체 연령이 이용 가능한 게임기를 6대 4 비율로 갖추도록 규정이 돼 있다는 것.

바다이야기 등의 성인오락실을 차릴 때 바다이야기 게임기 6대를 들여놓으면 4대는 어린이도 이용 가능한 게임기를 갖추도록 한 것이다. 일확천금을 바라는 어른들과 단순히 아동용 게임을 즐기려는 코흘리개 아이들이 한 공간에 있도록 규정이 만들어진 셈.

다만 등록요건에는 오락실 입구에 전체 연령이 이용 가능한 게임기를 배치하고 성인용 게임기 배치공간과의 사이에 1.5m 이상의 칸막이를 설치하도록 하고 있지만 이것만으로는 아이들 눈에 성인용 게임기가 눈에 띄지 않을 리 없는 실정이다.

배모(31) 씨는 "한 공간 안에서 낮은 칸막이로 성인들이 노는 곳과 아이들이 노는 곳을 구분하겠다는 발상 자체가 어이없는 일"이라며 "성인용 가요주점에 칸막이를 설치해 미성년자를 위한 공간을 만들고 음료수를 팔겠다는 것과 무엇이 다르냐."고 반문했다.

대구 한 구청 관계자는 "유명무실한 등록요건임에도 규정이 그러니 우리가 마땅히 이를 계도할 방법을 찾지 못했다."며"서민들의 주머니를 턴 것도 모자라 어린이들의 정신까지 버려놓는 이런 규정을 주무부서인 문화관광부가 알고나 있을는지 모르겠다."고 한탄했다.

채정민기자 cwolf@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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