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생생 여행체험]스리랑카인 구레티라카·아지트씨 경남 밀양 탐방

입력 2006-08-23 17:03:32

공장에서 일하고 쉬는 것만이 전부인 줄 알고 지냈던 두 스리랑카인. 한국에 온 지 3년째인 구레티라카 도라피힐라(40)와 한국생활이 2년째인 아지트 갈데라(30) 씨. 둘은 매일신문사 주말팀과 함께 경남 밀양시 일대로 처음으로 즐거운 여행을 떠났다.

둘은 일자리를 찾지 못해 2개월째 쉬고 있던 터라 시간적 여유는 많았다. 21일 오전 11시 대구시 남구 대명동 외국인근로자 숙소를 떠나 1시간여 만에 밀양 재약산 표충사 입구에 도착했다.

점심은 산채비빔밥과 해물파전. 오랜만에 자연 속에서 맛본 한국의 대표 웰빙음식 비빔밥은 별미였다. 야채와 나물이 듬뿍 담긴 양푼에 공기밥을 넣고 고추장을 한 숟갈 퍼넣어 비비기 시작하는데 제법 익숙한 솜씨다.

함께 나온 해물파전도 간장에 찍어서 잘 먹는다. 하지만 곧이어 동동주가 나오자 고개를 절레절레 흔든다. 한잔 권하자 "절대 노(No)" 라며 사양한다. 대구에서 한때 막걸리를 잘못 먹고 집단 설사를 했던 기억이 눈에 선하기 때문이란다.

점심을 먹은 후 식당에서 5분 정도 올라가자 이내 신라시대 호국사찰인 표충사(表忠寺)에 다다랐다. 입구에 도착하자 둘은 마치 고국에 온 듯 편안한 마음으로 합장을 올렸다. 스리랑카 역시 국교가 불교이기 때문에 둘은 한국의 산 속 사찰이 무척이나 반가웠다.

잠시 표충사 주변 산세 및 아늑한 터를 감상하더니 이내 부처를 모신 대광전으로 들어갔다. 두 손을 모으고 합장하더니 무릎을 꿇고 엎드린 채로 기도를 올린다. 한국 불교도와 달리 한 번 절을 하고 3, 4분가량 조용히 엎드려 기도하고 다시 합장을 한 뒤 나왔다.

아지트는 "빨리 일할 곳을 찾고 돈도 많이 벌어서 돌아갈 수 있도록 기도했다."며 "지금 생활이 너무 힘들지만 이곳에 오니 마음이 평화롭다."고 했다. 둘은 관음전, 명부전, 팔상전 등 주요 사당을 몇 군데 더 둘러보고 스리랑카와는 다른 부처상, 탱화(불교 그림) 등을 유심히 살폈다.

구레티라카는 "스리랑카에는 산뿐만 아니라 도심 곳곳에도 조그만 절이 있어 매일 찾아가 기도하는 사람이 많다."며 "표충사는 절 터가 넓고 사찰 규모가 커 현대 한국 불교의 발전상을 실감했다."고 밝혔다.

사찰에서 마음을 가다듬은 뒤 찾아간 곳은 가지산 도립공원 내 천연기념물 제224호 '얼음골'. 도착하자마자 계곡을 따라 부는 서늘한 바람이 한여름 더위를 싹 날려버린다. 점점 더 시원해지더니 갑자기 늦가을의 싸늘한 기운까지 느껴질 정도.

15분 정도 올라가자 얼음골에서 가장 춥다는 결빙지(結氷地)에 도착했다. 계곡 바위틈마다 찬바람이 솔솔 나오는 신비로운 이상기온지대 얼음골은 낯선 이방인들에게는 불가사의 자체였다.

둘은 "갑자기 겨울이 찾아온 것 같다."며 "한여름 얼음골 계곡 아래서 오순도순 얘기를 나누는 피서객들의 모습이 부럽다."고 말했다.

얼음골을 돌아 내려오다 들른 가마볼 협곡 역시 시원할 뿐 아니라 폭포 등이 장관을 이뤄 다시 한번 여름 더위를 날려버릴 수 있었다.

내려오는 길에 맛 본 얼음골 특산물 꿀사과는 피로를 한순간에 싹 날렸다. 아지트는 "잠시 행복한 여름 여행을 갔다 온 기분"이라며 "앞으로 또 언제 여행할 기회가 올지 모르겠다."며 아쉬워했다.

권성훈기자 cdrom@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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