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아파트의 '외관'은 어디를 가도 비슷하다. 최근 들어 다양한 색상으로 외벽 도장을 하고 옥상층에 조형물을 설치해 획일화된 모습에서 탈피하려는 시도들이 있지만 일자형의 판상형 아파트 골조는 20년 전이나 지금이나 별다른 변화가 없다. 따라서 아파트 분양 때마다 주택회사들이 차별화된 컨셉을 내걸고 있지만 준공 후 단지 모습은 거의 유사한 수준.
그러나 선진국의 아파트는 외관 디자인에 있어서도 '친환경적인 개념'이 적용된다. 고층이나 저층 아파트 모두 독특한 개성을 갖고 있지만 주변 경관과 조화를 이루며 도심 내 또 다른 볼거리를 제공하고 있기 때문이다.
호주 시드니는 지난 2000년 시드니올림픽을 전후로 도심 전체가 거대한 재개발 현장이다. 1990년대 중반 350만 명이던 시드니 인구가 500만 명을 넘어서면서 주택 부족 현상이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시드니 도심뿐 아니라 외곽 지역 곳곳에서 택지 조성이나 주거 단지 건설 공사가 한창 진행되고 있다. 시드니 시내에서 동부 해안 지역으로 30여 분 거리에 위치한 콘코드 주거단지. 5층에서 7층 정도의 높이로 지어진 중·저층 아파트 단지인 이곳은 500여 가구가 빽빽이 들어서 있지만 답답한 느낌이 전혀 들지 않는다. 해안가 주변 경사진 도로를 따라 층고를 달리한 아파트 동들이 자연스럽게 곡선을 이루며 자리 잡고 있는데다 널찍한 발코니가 개방감을 주기 때문이다.
외벽도 콘크리트에 페인트 도장을 한 것이 아니라 다양한 색상의 벽돌을 사용해 단지 전체가 차분하면서 깨끗한 분위기를 보여주고 있다.
"아파트나 주택을 지을 때 가장 어려운 부분이 시청의 미관 심사를 통과하는 것입니다. 최소한 3개월이 걸리며 논란이 있을 경우 6개월 동안 심사가 진행되는 사례도 있습니다."
설계회사인 튜너사의 디자이너 코흐 제이슨 씨는 "미관 심사는 공무원들과 전문가들로 구성된 위원회에서 실시하며 심사의 중요 사항은 주변 도심과의 조화 및 쾌적한 환경의 보전"이라며 "심사 과정에서 인근 주민들의 의사도 필수적으로 반영하며 주민 반대가 있을 경우 보완을 해야 한다."고 밝혔다.
한국 아파트와 비교할 때 외관에서 드러나는 또 다른 차이는 창문마다 독특한 디자인의 차양막이 있는 점이다.
여름철 온도가 높은 시드니의 기후 특성상 실내로 들어오는 태양 빛을 막기 위해 대다수 집들이 설계 단계에서부터 창문에 차양막을 설치하도록 하고 있다.
제이슨 씨는 "처마나 개방된 발코니 등이 차양막 구실을 하지만 구조상 창이 외벽에 바로 노출된 경우에는 일사량에 따라 개폐가 가능한 자동 조절 차양막을 설치해야 한다."며 "여름철 냉방 에너지 절약을 위한 정부 차원의 친환경 정책의 일환"이라고 설명했다.
콘코드 단지 인근 피아먼트 항구 주변에 조성된 아파트 단지도 독특한 외관을 뽐내고 있다. 50여년 동안 공장과 화물 창고가 밀집해 있던 이곳은 오염이 심해지면서 불모지처럼 버려진 땅이었지만 1997년부터 부동산 개발회사인 잭슨 랜딩사가 개발에 들어가 현재는 세련된 도심 주거지로 변모한 곳이다.
시드니에서 비교적 높은 20여 층 높이로 구성된 이 아파트 단지는 골조를 노출시킨 뒤 건물 실내 외벽을 2~3m 뒤로 배치해 멀리서 보면 거대한 줄에 집들이 매달려 있는 모양을 띠고 있다. 골조에 칠한 색상 또한 노란색과 연두색, 검은색 등을 사용해 세련미를 강조하고 있으며 사람들의 눈길이 자주 접하는 도로 주변 저층은 외벽에 목재를 마감재로 사용해 자연스러운 분위기를 주고 있다.
주택회사인 오스트리아랜드사 영업부 피우스 씨는 "대부분 아파트가 사후 분양인 탓에 수요자들이 아파트를 고를 때 실내구조뿐 아니라 단지 외관도 상당히 중요시한다."며 "시드니 도심에 지어진 아파트 단지 중 외관이 비슷한 곳은 거의 없다고 봐도 될 정도로 개성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이재협기자 ljh2000@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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