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노트)애 없는 것도 서러운데…

입력 2006-08-22 09:54:06

내년부터 아이를 낳고 싶어도 낳지 못하는 불임부부는 '아이 못 낳는 죗값'으로 세금을 더 내야 한다.

사고나 질병 등 불가항력적 이유로 가족을 잃어 독신이 됐거나 본인을 포함해 가족수가 2명인 가장 또한 '가족을 건사하지 못한 죄'로 세금을 더 내야 한다. 아이 못 낳는 것도 서러운데, 가족을 잃은 것도 억울한데 세금까지 더 내라는 '가정(苛政)'이 '출산장려'의 이름을 쓰고 행해지고 있는 것이다.

재정경제부는 내년도 세제개편안을 마련하면서 1인 또는 2인 가구에 대한 '소수자 추가공제'를 없애고 자녀가 2명 이상인 가구에 대한 '다자녀 추가공제'를 신설했다. 말하자면 1, 2인 가구에 대한 감세혜택을 다자녀 가구로 몰아주겠다는 것이다. 그 배경에는 '출산장려'라는 목적이 자리하고 있다.

문제는 이 정도의 대책으로 세계 1위의 저출산율 문제가 해결될지 의문이고 무엇보다 '비자발적으로' 소(小)가족을 거느리게 된 가장에게도 저출산의 책임을 묻고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적어도 불임부부나 사고 등으로 독신이 됐거나 부양가족이 1명인 가구는 추가공제 폐지에서 예외로 해야 한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으나 재경부는 귀를 닫았다. "그러한 경우를 하나하나 따지다 보면 제도를 만들 수 없다."는 것이다.

현재 불임부부는 무려 140만 쌍에 달한다. 이들이 예외적인 경우로 치부할 만큼 소수일까?

한발 물러서서 재경부의 주장대로 예외적인 경우라고 쳐도 이들 불임부부를 추가공제 폐지에서 구제하는 방법은 정말 간단하다. 불임이라는 병원진단서다. 질병이나 사고로 가족을 잃은 가장 역시 마찬가지다. 사고사 또는 병사라는 경찰과 병원의 확인서만 있으면 된다. 이렇게 간단한 방법이 있는데 '예외적인 경우를 모두 고려하다가는 정책을 만들 수 없다.'는 재경부 관계자의 강변은 듣는 이들의 가슴을 답답하게 만든다. 제도나 정책은 그 자체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바로 국민을 위해 존재하는 것임을 재경부는 깨달아야 한다.

정경훈기자·경제부 jgh0316@msnet.co.kr

최신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