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없는 세상 지켜야…" '나가이' 박사 딸 강연회

입력 2006-08-21 10:50:27

"사람들에게 내가 가진 좋은 것을 주어라. 너에게 혹시 그것이 필요하다면 하느님(하나님)께서 채워주실 것이다."

1945년 8월 9일 일본 나가사키에 떨어진 원자탄으로 아내를 잃었지만 파괴의 잿더미 속에서도 이재민들 보살피고 자신을 희생하며 신앙을 전했던 나가이 다카시(永井隆) 박사. 백혈병을 앓으며 시한부 삶을 살았던 그는 세상에 남겨진 어린 남매에게 늘 "남을 자기같이 사랑하라."는 말을 되뇌었다.

지난 19일 오후 대구가톨릭대 남산동 신학부 강당. 원자탄으로 폐허가 된 집터에 '여기당'(如己堂)이라는 움막을 짓고 "전쟁은 절대로 더 이상 일어나서는 안 된다."며 평화를 위해 노력할 것을 세상에 호소했던 나가이 박사의 정신을 기리는 강연회에는 박사의 딸이 단상에 올라 '나의 아버지, 나가이 다카시 바울로'를 들려줬다.

"밖에서 돌아올 때면 아버지는 항상 졸고 있는 것 같았어요. 까치발로 몰래 다가가 볼에 입을 맞추면 아버지의 냄새가 났어요."

딸 쯔쯔이 가야노(65·여·사진) 씨는 "나만의 비밀을 모두 알 정도로 아버지는 자상했고 또 항상 자신보다는 남을 우선시하면서 스스로는 작은 어떤 것도 가지려 하지 않았어요."라며 50여 년 전의 기억들을 들춰냈다. (본지 8월 9일자 5면 보도)

여기애인(如己愛人)을 몸소 실천했던 나가이 박사. 딸은 "그런 아버지의 정신은 많은 사람들이 평화를 노래하게 했고 또 많은 사람들이 아버지를 위해 기도하고 있다."고 했다.

함께 강연회에 참석한 박사의 손자 독사부로(40)는 "세계의 평화를 원하는 마음, 타인을 사랑하는 마음은 단지 할아버지만이 갖는 특별한 마음이 아닐 것이다."며 "우리의 가슴 속에 자리한 마음으로 전쟁없는 평화의 세상을 지켜나가도록 해야한다."고 했다.

그는 아버지에 이어 나가사키에 있는 '나가이' 박사의 기념관에서 박사의 정신을 전파하고 있다.

이번 강연회는 지난 2001년 천주교 대구대교구 이문희 대주교가 박사의 생애를 엮은 '사랑으로 부르는 평화의 노래'를 일본 예수회 소속 스스키다 노보루 신부가 지난해 일역본을 출판하면서 준비됐고 대구 여기회(如己會)가 주최해 이뤄졌다.

노부루 신부는 "전쟁과 관련 일본에서는 지금 헌법 개정 목소리가 높은 상황에서 한국과 일본에서 평화주의자였던 나가이 선생을 기리는 행사가 마련된 것은 전쟁없는 평화의 높은 가치를 세상에 알리는 큰 의미를 갖는다."라고 했다.

최두성기자 dschoi@msnet.co.kr

사진·정운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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