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아름다움을 보는 눈

입력 2006-08-19 07:53:23

아름다움을 보는 눈/ 홍사중 지음/ 아트북스 펴냄

'우리의 전통적인 미의식에서 끄집어낸 백자 같고 무명 저고리 같은 한국의 미'. 언론사 논설위원으로 필력을 날렸던 홍사중이 '한국인의 미의식'을 탐구한 이 책은 불상·동양화·정원·문양·고목기·도예·꽃병·국밥·미술 등 우리 전통 문화재와 생활문화 그리고 물건들을 통해 한국인의 심층에 잠재해 있는 미의식의 실체를 밝혀내고 있다.

'다시찾은 한국인의 미의식'이란 부제처럼 동서양은 물론 옛날과 오늘을 넘나드는 저자의 폭넓은 안목과 지식, 그리고 미의식에 관한 깊고도 정치한 사유가 독자들에게 아름다움을 보는 눈과 마음을 찾아준다.

동양에는 공통된 일이기도 하지만, 특히 한국에는 예로부터 미학이 별도로 없었다. 한국인의 전통적인 아름다움이란 몸으로 느끼는 것이지, 머리로 생각해내는 것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합리적인 논리를 초월한 곳에 아름다움이 있다고 보는 것이 우리의 전통적인 미의식이었다.

미학이 발달할 수 있는 여지가 없었던 것이다. 그래서 우리는 아직도 이런 미의식의 지배를 받고 있다. 이 책은 우리 민족이 아름다움을 어떻게 바라보는지, 그 아름다움의 유전자는 무엇인지 등에 대해 스스로 질문을 던지며, 우리의 정서와 생활방식·역사 속에서 중국·일본·서양과 구분되는 우리만의 독특한 미의식을 찾아간다.

그 옛날 즐겨 입었던 흰색 무명저고리는 이제 민속박물관의 유물이 된 지 오래다. 그리고 오늘 우리는 초고속 인터넷이 상용화된 글로벌 시대에 살고 있다. 하지만 우리의 정서를 도금하고 있는 미의식은 여전히 전통에 기초한 것이다.

디지털 시대에 '다시 찾은 한국인의 미의식'은 현재 우리의 '아름다움을 보는 눈'을 일깨워준다. 그것은 '우리'를 찾고 '나'를 찾는 길이기도 하다. 이 책은 모두 4부로 구성되어 있다.

먼저 1부에서는 '본다는 것'에 대한 우리와 서양의 관점의 차이를 지적한다. 그 차이는 '불상의 눈'에 대한 설명으로 이해를 돕는다. 불상의 눈, 그것이 바로 한국의 전통적인 사유가 이상으로 삼아오던 것이 아닐까.

2부에서는 한국의 멋과 자연스러움을 우선으로 삼았던 우리의 미의식과 색채감각을 다룬다. 옛사람들이 즐겼던 '풍류'의 의미가 무엇이고 그것이 시간의 흐름에 따라 어떻게 변해왔는지를 탐문한다. 또 '맛'이라는 말이 국물을 '마시다'에서 나왔다는 점을 들며, 국밥과 같은 음식에서 우리의 미의식을 찾아낸다.

3부에서도 자연스러움의 멋에 대한 이야기가 계속된다. '춘향전'의 춘향과 '이춘풍전'의 기생 추월의 방치레 등 옛 한국인의 방치레에 대한 글을 예로 들며 '용즉미'(用卽美)라는 실용적인 미의식에 대해 언급한다.

마지막 4부에서는 서구화되어 가는 근대 이후의 우리네 예술성에 대해 이야기한다. 면면히 이어져오는 측면도 없지는 않지만, 진정성을 잃어가는 우리의 현재에 대한 날카로운 지적이다.

조향래기자 bulsajo@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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