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경현 교수 "천마도는 기린 아닌 말 그림"

입력 2006-08-18 07:59:45

경주 천마총 천마도(天馬圖)가 '천마가 아닌 기린(麒麟)'이라는 상당수 학자들의 주장을 일축하고 '분명한 천마(天馬)'라는 견해가 다시 나왔다.

경북대 문경현(71) 명예교수(한국사 전공)는 최근 대구사학(大丘史學) 제83집에 발표한 '천마총 출토 천마도고'(天馬塚 出土 天馬圖攷)란 논문에서 천마총 장니(障泥.말의 안장 양쪽에 달아 늘어뜨리는 말다래)에 그려진 천마도 머리의 뿔로 인해 제기된 '기린'이라는 학설을 전면 부정했다.

문 교수는 "천마의 머리에 난 뿔을 근거로 기린상이라고 단정하는 학자가 적지 않으나, 말머리에 갈기로 말상투를 만들어 이를 뿔모양으로 만든 그림이나 조각은 허다하다"며 "천마도의 천마는 구름 위를 힘차게 달리는 천마 행공의 상"이라고 주장했다.

문 교수는 이를 뒷받침하기 위해 천마사상 고찰과 함께 중앙아시아 대완국(大宛國) 한혈마(汗血馬)에서 유래한 천마도와 천마상을 중국 천마도와도 비교했으며, 천마총에서 출토된 기마인물이 달리는 행마상(行馬像)임을 보더라도 천마도임이 틀림없다고 단정했다.

천마도는 1973년 경주시 황남동 제155호 고분에서 출토된 장니(障泥)로 추정되는 마구 장식품 그림으로 자작나무 껍질에 그린 채색화이다. 가로 75cm, 세로 53cm 크기의 백마(白馬)가 천공을 비상하는 그림으로 국보 제207호로 지정되었다.

천마도는 국립중앙박물관 보존과학실에서 적외선 촬영한 결과 천마의 정수리에 뿔 하나가 솟아있다는 사실이 드러나면서 천마가 아닌 기린이라는 주장이 힘을 얻어 현재 학계의 통설로 인정되고 있다.

90년대 이후 대구가톨릭대에서 미술사로 박사 학위를 취득한 이재중씨가 기린이라는 주장을 내놓은 이래 논란을 빚어오다 고고미술사학계의 권위자인 강우방 박사(전 국립경주박물관장)가 기린도라는 주장에 동조하면서 비상한 관심을 불러모았다.

조향래기자 bulsajo@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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