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가 낳아 주었기 때문에 이 몸이 있게 되었고, 임금이 길러 주었기 때문에 이 몸이 편안하게 되었다. 또 사람이 사람 노릇을 하게 된 것은 스승의 공덕이니, 그 보답엔 예가 어찌 중요하지 않겠는가?'조선조의 학자 성호 李瀷(이익)의 '星湖僿說(성호사설)'에 나오는 말이다. 비단 이익뿐 아니라 많은 성현들이 강조했듯이, 우리는 이 같은 '君師父一體(군사부일체)'의 전통적인 가치관을 소중하게 떠받들어 왔다.
○…그런가 하면, 혜강 崔漢綺(최한기)는 '經典(경전)을 가르치는 스승은 얻기 쉬워도 人道(인도)를 가르치는 스승은 얻기 어렵고, 인도를 가르치는 스승은 얻기 쉬워도 氣(기)를 가르치는 스승은 얻기 어렵다'고 했다. 가장 높은 스승상은 聖人(성인)보다 위인 '氣師(기사)'로 친 셈이다. 하지만 세태가 달라져 대부분의 학생과 학부모들이 인도보다도 경전(공부)을 가르치는 스승을 선호해 온 게 현실이기도 하다.
○…고교생 절반 이상이 교사의 실력에 불만이며, 학생을 사랑하지 않는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경희대 교육행정학과의 한 석사 학위 논문 '고등학생들이 기대하는 교사상 연구'(이종효)에 따르면, 55%가 '교사의 교과 실력에 불만'이며, '학구적이지 못하다'는 61.5%다. 또 '학생을 사랑하지 않는다'(64%)거나 '편애한다'(66.6%)고 봤다.
○…한편 학생들은 고민을 교사들에게 털어놓지 않으며(89%), 그 가장 큰 이유가 도움이 안 되거나(48.4%) 조언이 필요 없다(22.8%)는 반응이다. 존경하는 교사는 용기를 주거나(42.4%) 최선을 다하는 경우(20.6%)를, 그 반대는 부도덕하거나(54.9%) 능력 부족(28%)을 꼽았다. 교사의 位相(위상)이 떨어진 건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나 이 정도로 학생들에게 불신의 대상까지 되고 있다면 정말 큰일이다.
○…우리는 '군사부일체' '스승의 그림자도 밟지 않는다'는 전통을 그대로 잇지는 못한다고 하더라도 스승의 권위가 이 지경이어서는 안 될 일이다. 이 조사'연구가 물론 절대적인 건 아니리라고 본다. 하지만 학생들이 교사의 실력에 불만이 크고 존경심이 흐려진 데다 사랑받지 못하고 있다고 생각한다면 교육이 제대로 될 리 있겠는가. 敎權(교권)과 스승에 대한 존경심 회복은 화급한 '발등의 불'이 아닐 수 없다.
이태수 논설주간 tspoet@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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