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제멋대로' 웹사이트 패러디물에 철퇴

입력 2006-08-17 08:31:37

최근 중국의 일부 인터넷 웹사이트에는 '반짝이는 붉은 별 판둥쯔의 가요 콘테스트 참가기'라는 10분짜리 비디오물이 100만을 훨씬 넘는 클릭수를 기록할 정도로 폭발적인 인기를 누리고 있다.

이 비디오물은 1974년 제작된 중국 공산혁명 관련 애국영화 '반짝이는 붉은 별(閃閃的紅星)'을 패러디한 것이다. 판둥쯔(潘冬子)는 원작 영화에 나오는 애국적인 소년 영웅의 이름이다.

소년 영웅은 CCTV 주최 가요 콘테스트에 참가하는 팝스타 지망생으로, 소작인들을 잔인하게 착취하는 악덕 지주는 뒷문으로 뇌물을 받는 멍청한 판사로, 인민해방군의 모체인 홍군(紅軍) 병사인 판둥쯔 아버지는 베이징의 부동산재벌로 바뀌었다.

원작 영화의 이미지를 완전히 비튼 이 패러디물에 대해 원작 영화 제작사인 8.1영화제작소는 "청소년들을 오도하는 것"이라며 강력하게 항의하고 나섰다.

또 하나의 애국영화인 '철도유격대'는 '철도유격대의 청년 가요 콘테스트 총동원'이라는 제목으로 패러디됐고, 심지어는 전설적인 노력영웅 레이펑(雷峰)도 "과로 때문에 사망했다"는 식으로 기존의 상식을 크게 벗어나는 패러디물의 대상이 됐다.

한국의 톱스타 장동건이 출연한 천카이거(陳凱歌) 감독의 '무극(無極)'은 올해 초 '만두 하나 때문에 일어난 살인사건'이라는 제목으로 패러디돼 웹사이트에 올려진 후 천 감독과 패러디물을 만든 후거(胡戈)라는 청년 사이에 저작권 분규가 빚어지기도 했다.

중국의 웹사이트는 바야흐로 비디오 패러디물이라는 '신생사물(新生事物)'이 아무런 규제도 받지 않은 채 전성시대를 구가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따라 중국 정부는 웹사이트에 영화.드라마 등의 줄거리를 소개하거나 영화.드라마를 패러디한 비디오물을 올릴 때는 반드시 국가라디오.영화.TV총국(광전총국)의 검열을 거쳐 허가증을 받도록 하는 새 규정을 마련했다.

빠르면 이달 말에 발표될 예정인 인터넷 비디오물에 관한 새 관리조례는 또 국가의 허가를 받지 않은 비디오 프로그램 사이트를 강력하게 금지하고 이를 위반할 경우 형사책임까지 묻는 등 엄격한 조치를 취할 수 있게 하는 내용도 포함하고 있다.

중국 언론은 새 조례의 제정 목적을 비디오 콘텐츠 사이트들의 '제멋대로'식 규정위반 현상에 대한 감독.관리 및 조사.처리를 강화하고 이 '신생사물'이 조속히 양질의 발전 궤도에 들어서도록 촉진하기 위한 것이라고 전했다.

광전총국은 이 조례의 발표를 앞두고 이미 신랑(新浪.Sina), 써우후(搜狐.Sohu), 네티스(Netease) 등 3개 주요 웹사이트를 온라인 비디오 프로그램 공급자로 선정했다.

중국 정부의 온라인 비디오 프로그램과 비디오 콘텐츠 사이트에 대한 규제 강화는 패러디물 등의 확산으로 중국공산당의 역사와 공산혁명의 영웅들 뿐만 아니라 전.현직 당.정 지도자들에 대한 왜곡, 이미지 훼손, 전통적 가치관 전도 등이 우려되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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