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문에 대비되는 관점에서 볼 때 예술은 기술이다. 학문은 이해함으로 목적이 달성되지만 예술은 이해함을 넘어 육체적 활동을 통해 표현되는 상태까지를 필요로 한다. 예술 기술은 외적 기술과 내적 기술로 나눌 수 있다. 외적 기술이란 피아니스트의 손놀림, 성악가의 발성법등을 의미하며 내적 기술이란 슬픔을 음계나 어두운 화성으로 변화시키고 기쁨을 밝고 고운소리로 바꾸는 기술을 말한다. 내적 기술은 진정한 예술가와 모방자(학습자)를 구분시켜 준다.
학습자는 지도자의 지시에 따라 예술행위를 한다. 그러나 진정한 예술가는 주위 환경을 전혀 다른 것으로 탈바꿈시키는 기술을 가진 사람이다. 예컨대 진흙에 뿌리를 내리고 있는 장미가 아름다운 색과 향기를 가진 꽃을 피우는 것 같이 존재를 변화시키고 어떠한 감정을 승화시키는 것이 바로 내적 기술이고 이를 가진 사람이 진정한 의미의 예술가이다. 이런 관점에서 걸작이란 존재의 전환이나 욕망의 승화가 바람직한 방향으로 얼마나 이루어졌는가에 의해 판단되어진다.
들을 수 없었던 베토벤이 '교향곡 제9번 합창'을 실제 들은 것처럼 오선지 위에 썼던 사실이나 생후 3개월 만에 실명한 크로스비가 실제 본 것처럼 9천여 편이나 되는 찬송시를 썼던 사실은 이들이 현실세계에서 눈으로 수신된 것을 음으로, 귀로 수신 된 것을 문자로 탈바꿈시키는 내적 기술을 가졌음을 증명한다. 주위 상황을 그대로 작품화시키는, 즉 존재의 전환이 없는 작품은 진정한 의미에서 예술작품이 아니며 모방의 단계에 그친 상태일 뿐이다.
내적 기술의 성격은 추상적이고 공상적이다. 그래서 쇼팬하우어는 예술을 추상적이라고 했고 니체는 음악을 몽상적인 것으로 이해했던 것이다. 특히 니체는 음악을 디오니소스적 입장에서 꿈과 같은 것으로 설명했다. 꿈이 현실 세계에서 존재하지 않는 것 같지만 우리 삶에 큰 영향을 주고 있듯이 음악도 보이거나 만져지지는 않지만 우리의 삶에 절대적 영향을 주고 있다고 했다. 위대한 예술가는 외적 기술과 함께 내적 기술을 갖춘 사람만이 될 수 있다.
이 내적 기술을 적절히 사용하기 위해서는 많은 삶의 경험이 필요하다. 따라서 예술가들은 시장, 농촌 등 삶의 현장을 방문하고 전람회나 무용 음악발표회 등 자신의 전공외 작품을 감상하는 방법을 통해 많은 미적 경험을 해야 한다. 내적 기술에 의한 존재의 전환이 우리를 위대하게 만든다.
이영기 계명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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