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5년째 광복기념 축구대회 여는 포항 신광 면민들

입력 2006-08-15 10:48:38

1947년 8월15일 첫대회…올해도 22개마을 27팀 참여 잔치

"시절이 어려울때는 집집마다 쌀을 거둬 축구대회를 열기도 했어. 군대간 후배가 공을 잘 차면, '조부 상' 전보를 보내 불러 들이기도 했지."

1947년 8월 15일. 포항 신광 면민들은 망국의 울분과 아픔을 다시는 되풀이 하지 말자며 '광복기념 축구대회'를 열었다. 축구대회는 6.25 전쟁중이던 1950~1952년과 가뭄이 극심했던 1959년, 1982년 등 5년을 제외하고 해마다 열려 올해 55회째를 맞았다.

"청장년들이 대회 몇달 전부터 농삿일은 내팽개쳐두고 축구연습에 열 올리고 저녁마다 모여 축구 이야기를 하느라 동네 어른들 한테 꾸지람도 많이 들었어."

김길수(74·포항 신광면 상읍1리) 옹은 50년 전 밤새는 줄 모르고 축구로 이야기 꽃을 피웠다고 회상했다.

올해도 22개 마을 27팀이 동네 명예를 걸고 출전했다. 등록 선수만 500여명. 토성2리는 3팀이나 출전했고 한 팀은 50세 이상으로 구성됐을 만큼 신광면의 축구열기는 뜨겁다.

김정호(39·만석2리 농업경영인) 씨는 "마을마다 1년 내내 대회를 준비한다. 우리들에게는 이 대회 우승이 월드컵 우승만큼이나 대단하다."고 열을 올렸다.

출향인들도 대회 전후 휴가를 받아 고향에 내려온다. 면민 전체가 3천500여명인데 대회 3일 동안 5천여명이 운집했다.

출발은 '다시는 조국을 잃지 말자'는 다짐에서 대회를 시작했지만 지금은 축구대회가 면민 화합과 결속의 장으로 자리 잡았다. 우승팀에게는 흑돼지 한 마리가 부상. 3회 연속 우승하면 우승기를 영원히 가져간다. 55회 대회동안 사정2리와 만석2리 등 단 2개 마을만이 우승기를 가져갔다.

4~5년전부터 윷놀이와 씨름이 추가됐고 결승전이 끝나면 각설이 한마당이 밤늦게까지 펼쳐진다. 대회 경비는 십시일반으로 마련하고 대회 기간 내내 추어탕과 비빔밥, 막걸리가 푸짐하게 차려진다.

김만진 신광면 체육회장은 "3회 연속 우승한 마을은 일주일간 잔치를 열기도 했다."며 "다른 지역에서 신광면 축구대회를 크게 부러워 하고 있다."고 말했다.

포항·최윤채기자 cychoi@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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