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선심정책에 대구 구·군청 '돈 가뭄'

입력 2006-08-15 09:27:53

지방분담율 획일화…도로·도서관 등 각종 개발사업 밀려

대구 동구 반야월·안심 일대 소방도로 개설보류, 달서구 진천동·장기동 소방도로 개설지체, 북구 읍내동 구수산 구립도서관 건립 지연….

대구시내 구청 책상마다 '보류' '지체' '지연' 따위의 제목을 단 서류가 넘쳐나고 있다. 소규모 지역개발에 쓸 돈이 없기 때문이다.

구청 관계자들은 '돈가뭄 현상'의 근원을 중앙정부의 복지정책에 돌린다. 선심성 정책을 마구 쏟아내면서도 정작 재원은 지방정부의 곳간에서 빼내 쓰라는 중앙정부의 정책 탓에 대구 지자체들의 개발비가 바닥나고 재정 운용에 허리가 휘고 있는 것.

출범 초기부터 분배정책을 강조하며 저소득층 지원을 확대해 온 노무현 정부는 기초생활 수급자와 미취학 아동 보육료 지원대상 가구의 소득수준을 해마다 완화했다.

대구의 올 6월 현재 기초생활수급자는 9만 2천 명으로 지난 5년간 2만 명 불어났고, 2001년 70억 원선에 불과했던 미취학 아동 보육료 지원도 237억 원까지 폭증한 상황.

문제는 기초생활수급자 생계비의 경우 국비 80%에다 시비와 구비 각 10%, 미취학 아동 보육료는 국비 50%에 시비, 구비 각 25% 등 획일적 지방정부 분담률이 따라 다닌다는 점.

정부는 상대적으로 복지수요가 많고 재정자립도도 20~30%에 머무는 대구 지자체들과 복지수요가 작고, 자체 세수입만으로 살림을 꾸릴 수 있는 서울, 경기 등 수도권 지자체에 똑같은 지방 분담율을 적용, 중앙 복지 수요가 대구 지자체들의 개발 사업을 짓누르고 있다.

대구와 인천의 올해 재정규모는 2조 2천억 원 대 2조 6천억 원으로 대구가 인천보다 지방세 수입에서 4천억 원이나 적지만 복지재정(사회보장비 기준)은 정반대. 대구가 4천398억 원으로 인천의 3천972억 원보다 540여 억원이나 더 많고 전체 재정에서 복지재정이 차지하는 비율도 19.4%(대구) 대 15.2%(인천)로 대구가 높다.

지역경제가 어려운 대구는 인천보다 정부 복지정책 수요가 훨씬 많지만 지방 분담율은 동일해 그만큼 복지예산이 늘어났고 결국 다른 개발 사업을 포기한 것.

반면 인천은 복지예산에서 본 '혜택'을 주택 및 지역사회 개발비로 돌리고 있다. 지난해 대비 1.1% 증가한 인천(1천290억 원)과 되레 0.4% 준 대구(211억 원)의 '개발비' 격차는 무려 1천79억 원.

대구시 및 구.군청 예산 담당들은 "서로 다른 지방 재정 형편을 전혀 고려하지 않는 중앙복지의 양적 급팽창이 지방 개발의 빈익빈 부익부 현상으로 이어지고 있다."고 불만을 터뜨렸다.

재정구조가 열악한 기초자치단체들의 복지비 부담은 더 심하다. 올해 전체 재정에서 복지재정이 차지하는 비율이 사상 처음으로 40%를 돌파, 42.3%까지 치솟은 대구 동구청은 올해 재정규모가 지난해보다 222억 원 늘어났지만 복지비 증가분만 202억 원.

그나마 증가분 모두가 중앙 복지 정책에 따른 것이라 이번 추경 예산에서 지역 개발 사업은 물론 구단위 작은 복지 계획까지 다음으로 미룰 수 밖에 없다.

이와 관련, 임병헌 남구청장과 곽대훈 달서구청장은 "재정규모와 재정자립도에 따라 지자체 복지비 분담률을 차등 적용하거나 중앙 복지수요가 많은 지자체에 더 많은 국비를 지원하는 역교부세를 도입, 중앙복지가 초래한 지방불균형 발전을 해소해야 한다."고 호소했다.

이상준기자 all4you@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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