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산논단] 역사는 강자논리 대변일 뿐

입력 2006-08-15 09:35:48

아주 오래전인 1986년 필자는 생애 처음으로 미국을 방문하였다. 뉴욕에 가서 거래회사를 방문하였을 때 필자는 깜짝 놀랐다. 안내를 해주는 직원이 60대 중반 할머니였다. 그냥 그렇구나하고 넘길수도 있었지만 커다란 충격이었다. '60대 중반의 할머니도 일을 하는 것을 보니, 이 나라는 모든 사람들이 일을 하는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때 우리나라는 여자가 결혼하면 다니던 직장도 그만두어야 했던 시절이었다. 우리나라도 조만간에 이런 세상이 오겠구나하는 마음이 들면서 기분이 좋았던 기억이 난다.

또하나, 놀란 것은 주말에 나이아가라 폭포로 관광을 갔을 때 느낀 것이었다. 나이아가라폭포 인근에 인디언 박물관이 있어 관광객들에게 민속춤도 보여주면서 돈벌이를 하고 있었고, 인디언 동상도 있었다. 춤추는 인디언과 인디언 동상을 보며, 필자는 '참 안됐다'는 생각이 들면서(그래도 한 때 아메리카대륙의 주인이었는데) 새로운 충격에 휩싸이게 되었다.

모든 사람들이 세계사 수업 시간에 '콜럼버스의 신대륙 발견'에 대해 배웠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지금까지도 기억나는 게 '1492년 콜럼버스가 스페인의 페르난도 왕과 이사벨 여왕의 후원하에 아메리카 신대륙을 발견하였다는 등등이다.

콜럼버스는 아메리카대륙을 발견한 위대한 영웅으로 역사(세계사)에 기록이 되어 왔고,우리는 그렇게 배웠다. 과연 그런가? 진정 객관적인 입장에서 본다면 아메리카대륙은 지구가 생긴 이래로 존재해 왔고, 수많은 인디언들이 부족국가를 이루고 살아왔다. 인디언들의 입장에서 보면 이는 엄연한 "침략"이었다.콜럼버스의 출현은 아메리카 인디언들에게는 커다란 재앙이었다.

어쨌든 우리가 배우는 역사책에는 콜럼버스의 위대한 신대륙 발견만이 존재하고 있었다. 그 당시는 유럽이 역사의 중심에 있었다. 필자는 그 날의 관광을 통해 '역사란 정말 힘있는 자가 자기 입장을 기록한 논리대변'일 따름임을 절실히 느끼게 되었던 것이다. 과연 이런 역사의 기록이 이것 하나밖에 없겠는가? 역사가 정말 강자에 의해 조작되거나 변형이 되었을 가능성은 많았을 것으로 보인다. 그 이후 필자는 우리가 알고 있는 역사에 대해 항상 회의감을 가지고 보는 버릇이 생겼다

최근 우리나라도 과거사를 둘러싼 첨예한 논쟁으로 홍역을 치르고 있다. 최근에 잘 나가던 모 정치인이 부친의 친일내역이 새로 밝혀져 낙마한 것도 과거 역사가 항상 완전하지 않음을 입증하는 것이 아닐까? 그러나,이러한 개인에 대한 논쟁보다는 우리가 더욱 시급하게 바로 잡고 세워야 할 나라의 역사가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지금 우리는 중국, 일본 등 주변국가들과 치열한 주도권 경쟁을 벌이고 있는 것이 현실이고 이러한 경쟁구도에서 항상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것이 바로 역사 문제인 것이다. 대표적인 예로 중국과는 동북공정으로 야기된 고구려사 문제를 들 수 있으며, 일본과는 긴장이 고조되고 있는 독도문제를 들 수 있다. 이러한 이슈화된 사안들 외에도 우리나라가 약소국일 때 강대국에 의해 강제되고 왜곡된 역사를 제대로 알고 바로 세우는 일이 지금의 우리에게 시급한 일이 아닐까 생각된다. 특히 그 일례로 1909년에 일본과 청나라 사이에 체결된 '간도협약'을 꼽을 수 있겠다.

모 신문사에서 '간도되찾기운동'을 벌이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여러 사료에 우리의 영토로 언급되고 있고, 당시 우리의 선조들이 개간해 살고 있던 간도에 대해 일본이 청에 영유권을 인정해 주고 대신 만주에 대한 철도부설권, 광산개발권 등의 이권을 보장 받은 이 간도협약은 이해당사자인 우리의 의사와는 전혀 무관하게 체결되어 지금까지 이어져 오고 있는 것이다.

물론 현재 이러한 역사문제들에 대해 민간부문에서 일부 연구활동이 진행되고 있지만 , 이젠 민과 관이 협력하여 전국민적인 차원의 대응도 모색해야 할 때라 생각된다.

이를 통해 우리는 역사의 의미를 다시 한번 되새기는 한편, 왜곡된 우리의 역사를 찾아내고 바로 세워 우리의 후손에게 제대로 바로선 우리의 역사를 물려주고 아울러 올바른 역사의식을 가질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 우리세대가 마땅히 해야 할 일이 아닌가 생각해 본다.

김홍창 CJ투자증권 대표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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