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소속 정진섭(경기 광주) 국회의원이 14일 일본군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의 공동체인 경기도 광주 '나눔의 집'을 방문해 술에 취한채 추태를 부려 말썽을 빚고 있다.
정 의원은 이날 나눔의 집 수련관에서 광복절을 하루 앞두고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을 위로하기 위해 공식 방문한 한명숙 총리 등 10여명의 인사가 참석한 가운데 20분 정도 열린 현황보고 때 술에 취해 얼굴이 벌겋게 달아오른 모습으로 한 총리 옆에 앉아 횡설수설해 참석자들의 눈총을 받았다.
당초 행사 참석자 명단에 포함되어 있지 않은 정 의원은 이날 예고없이 행사장에 들렀다.
정 의원은 이 자리에서 "제가 경기도 광주 국회의원입니다. 광주를 위해...(나눔의 집 원장) 원행 스님이 고생하셨으니...총리님이 말씀하셨는데 잘해야 되죠. 대한민국을 세계로 이끌고 동북아의 자존심을 세우고...다시한번 부탁드립니다"고 앞뒤가 맞지않는 얘기를 늘어놓아 분위기를 어색하게 만들었다.
정 의원이 횡설수설한 것은 한 총리가 원행 스님의 인삿말에 응대하는 형식으로 "할머니들의 진정한 해방을 빨리 가져다 드려야 한다. 특별히 8.15를 맞아 방문한 것은 고이즈미 일본 총리가 신사 참배를 강행할 것 같은 분위기 때문인데, 한일 관계가 미래지향적으로 나가야 하는데 막혀서 안타깝다"고 엄숙한 표정으로 무거운 발언을 한 직후였다.
정 의원은 한 총리와 원행 스님, 이희규(전 의원) 나눔의 집 후원회장 등 간에 대화가 오가고 이를 연합뉴스 기자 등 취재진이 지켜보고 있는 상황에서 음료수 잔을 엎질러 한 총리 앞에 놓인 나눔의 집 현황보고 자료가 흠뻑 젖기도 했다.
정 의원은 20분 정도의 대화가 끝나고 한 총리 일행이 할머니들과 환담을 위해 바로 옆 생활관으로 이동하던중 주변의 권유를 받고 승용차편으로 나눔의 집을 빠져 나갔다.
그는 이날 도의회 건설교통위원회 소속 도의원, 조억동 광주시장 등 10여명과 함께 광주시 남한산성 근처 한 음식점에서 점심을 하면서 낮술을 했으며 동석했던 조 시장은 정 의원 보다 앞서 자리를 떠나 이날 행사에 참석했다.
총리실 관계자는 "술을 많이 마신 상태에서 그런 행동을 보여 여러모로 당황스러웠다"며 "광복절에 앞서 위안부 할머니들을 위로하기 위해 마련된 자리에서 그런 일이 벌어진데 대해 유감스러울 따름"이라고 말했다.
한 총리도 갑작스러운 돌발상황이 발생한데 대해 당혹스러워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정 의원은 연합뉴스 기자와의 전화통화에서 "도의원들과 점심을 하면서 소주 몇 잔을 했는데 취할 정도는 아니었다"면서 "나라의 앞날을 걱정하는 마음에 몇 마디를 했는데 실언이나 추태는 없었다"고 해명했다.
정 의원은 또 "총리가 지역에 오셨기에 지역구 의원으로 참석한 것이고 일정을 모두 끝내지 못하고 나온 것은 수행원의 제지나 술 때문이 아니라 국회 약속 때문에 부랴부랴 나온 것"이라며 "총리님을 모시는데 부족함이나 결례는 없었다"고 밝혔다.
정 의원측 한 관계자는 "평소 술이 약한데 감기가 들어 약을 드셨는데 약에 취한 것 같다"고 말했으나 정 의원은 감기약을 먹은 사실은 없다"고 말했다.
지난해 국회의원 재선거에서 당선된 정 의원은 '수해골프' 파문으로 당에서 제명된 홍문종 전 의원 후임으로 한나라당 경기도당 위원장 직무대행을 맡고 있다.
한 총리는 이날 오후 3시께 복지부 차관, 여성부 차관, 총리실 비서실장 및 정책차장 등 부처 간부 및 수행원 10여명과 함께 나눔의 집을 방문했으며 방문일정은 나눔의 집 현황보고, 할머니들과 환담, 위안부 역사관 관람 등의 순으로 1시간동안 진행됐다
1995년 서울 서교동에서 광주로 이전한 나눔의 집은 위안부 할머니 9명이 공동 생활을 하고 있으며 한을 품고 세상을 떠난 할머니 2명의 납골함과 1명의 추모비, 2명의 위령탑이 세워져 있다.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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