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령 내려가는 시간 11분 걸리나?
지난 11일, 발생 20여시간만에 해결된 울진의 여대생 납치 미수사건 및 뺑소니 사건은 경찰의 초동 대처가 얼마나 중요한 지를 다시 한 번 일깨워준 사건이었다. 경찰은 납치미수사건을 단순 뺑소니 사건으로 판단해 검문을 소홀히 했으며 결국 실탄까지 쏘면서 추격했으나 검거에 실패했다. 용의자는 처음 사건이 발생했던 울진읍에서 70여 km나 떨어진 봉화군 재산면 갈산리에서 차량 전복사고를 내자 차를 버리고 야산으로 달아났다가 붙잡혔다.
▷아리송한 신고 시간=경찰의 공식입장은 10일 오전 11시다. 오전 10시 59분쯤 지령실에 잇따라 2통의 전화가 걸려와 직원이 먼저 받고 보조업무를 맡고 있는 대원이 뒤이어 들어 온 전화를 각각 한통씩 나눠 받았다는 것. 당시 신고자는 범인이 탄 차종과 번호까지 불러 준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사고 현장에서 100~200여m 떨어진 중부지구대까지 직접 가서 신고한 한 개인택시 기사와 그 동료의 주장은 다르다. 여대생이 차에서 뛰어 내리는 모습을 뒤에서 직접 보았다는 이 기사는 "하도 경황이 없어 동료 기사를 무전으로 찾았다."고 했고 이 동료는 "확실치는 않지만 파출소를 찾은 게 11시전이었다."고 했다. 무전을 함께 들었다는 많은 동료 기사들도 "11시 전일 것"이라고 했지만 경찰은 "주민들은 시계를 보지 않고 감으로 얘기하는 경우가 많다."고 했다.
▷지령내린 시간도 달라=경찰은 신고 접수와 함께 각 파출소와 순찰차에게 곧 바로 수배 지령을 내렸다고 주장하고 있다. 지령실의 한 직원은 "신고 접수를 받자말자 지령을 내렸고 순찰차의 경우 오전 11시 14분까지 일일이 호출하며 확인했다."고 했다. 하지만 광회검문소와 서면파출소의 보고서에는 지령이 내려진 시간이 오전 11시 25분으로 기록돼 있다.
이어 울진과 봉화를 잇는 유일한 도로인 36번 국도에서 울진·봉화 경계 지점에 위치한 울진경찰서 소속 광회검문소는 범인의 검문소 통과 시간을 낮 12시10분으로 보고했지만 이에 대해 울진경찰서와 서면파출소는 정확히 밝히지 않고 있다.
▷그 때 서면파출소에서는?=사건 당시 범인의 도주로 선상에 있던 서면파출소에서는 2명이 근무를 서고 있었다. 2인1조가 기본 형태였지만 한 명은 파출소 비품 구입비 결재건으로 파출소 차량을 끌고 울진읍에 있었으며 다른 직원들은 식사중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남은 직원 2명도 지령을 통해 '뺑소니' 사건을 들었지만 상황근무만 했을 뿐 별다른 조치는 취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봉화경찰서에서는?=용의차량이 광회검문소를 통과한 10일 오전 12시 15분쯤 광회검문소는 일반전화로 봉화 소천파출소에 지원을 요청했으며, 15분이 지난 12시 31분 울진경찰서는 봉화경찰서에 차단 지원을 요청했다. 이에 따라 소천파출소는 춘양면 방향의 검문소와 강원도 태백방향의 분천리에 바리케이트를 설치했지만 오후 3시 5분쯤 과속으로 질주하는 범인 검거에 실패했다. 또 소천면 노룻재 도로에서는 순찰차로 도로를 차단하고 공포탄까지 발사했으나 용의차량은 갓 길 과속주행으로 경찰의 추격을 따돌렸다. 이어 10분 뒤인 오후 3시 15분쯤 바리케이트조차 설치하지 않은 임기삼거리 목검문에서 용의차량과 맞닥뜨렸으나 검거에는 실패했다.
▷앞으론 신고 안 해요=이번 사건을 신고한 개인택시기사 장모 씨는 "앞으론 다신 신고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가뜩이나 더운 날 참고인 조사다 현장 조사다 해서 몇차례 불려간데다 '어떻게 된 거냐'는 전화가 수도 없이 걸려 와 영업에 적잖은 피해를 입고 있다는 것. 울진의 개인택시 기사들 대부분이 장 씨와 같은 생각이다.
동료 이모 씨도 "몇년전 뺑소니 신고를 했다가 오라가라는 전화에 혼이 났다."며 "일도 못하고 시간만 빼앗겼다."고 말했다.
울진·황이주기자 ijhwang@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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