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날의 겨울예술] ⑧차이코프스키 사계 중 겨울

입력 2006-08-14 09:21:15

차이코프스키의 '사계'가 있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사계'하면 흔히 비발디를 떠올리게 되지만 차이코프스키 '사계'는 그의 대표작 '백조의 호수'·'비창'·'호두까기 인형' 등에 뒤지지 않는 작품성을 지니고 있다.

차이코스프키가 작곡한 대부분의 음악에서 격정적인 면이 강하게 나타나지만 피아노 곡으로 작곡된 '사계'는 연필로 그려진 그림처럼 담백하고 간결하다. 차이코프스키 '사계'는 1월부터 12월까지 달의 특성을 표현한 총 12곡으로 구성되어 있다.

1월 난로가에서, 2월 사육제, 3월 종달새의 노래, 4월 아네모네, 5월 백야, 6월 뱃노래, 7월 농부의 노래, 8월 추수, 9월 사냥, 10월 가을의 노래, 11월 트로이카, 12월 크리스마스 등이다. 이 중 겨울 냄새가 물씬 풍기는 것은 11월·12월·1월. 특히 11월은 6월과 함께 가장 돋보이는 작품으로 꼽힌다.

'12개의 성격적 소품'이라는 부제가 붙은 '사계'는 페테르스부르그 출판사의 청탁으로 작곡했다. 차이코프스키는 1876년 음악 잡지 '누우벨리스트' 부록 1월 호부터 12월 호까지 매월 1곡씩 그 달에 어울리는 시를 택해 시의 분위기를 묘사한 피아노 곡을 게재했다.

러시아 작곡가들의 음악에서는 서구 작곡가들의 작품에서 느낄 수 없는 민요적 선율과 슬라브적 정서가 배어 있는 경우가 많다. '사계'에서도 이러한 성향이 나타난다. 11월 트로이카는 눈덮힌 들판을 달리는 트로이카에 몸을 맡기고 마음의 슬픔을 노래한 네크라소프의 시를 음악적으로 표현한 것이다. 트로이카는 3마리의 말이 끄는 썰매로 겨울철 러시아 풍물 중 하나.

12월 크리스마스는 주코프스키의 시에 왈츠템포를 얹어 만든 곡이다. 크리스마스 밤 처녀들이 왈츠 추는 정경을 묘사하고 있다. 1월 난로가는 푸시킨의 시를 바탕으로 난로가 있는 실내의 아늑하고 포근한 분위기를 그리고 있다.

이경달기자 sarang@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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