赦免'復權
옛날 죄수에 대한 赦免(사면)은 임금이 즉위하는 등 경사가 있거나 旱魃(한발) 또는 흉년으로 민심이 흉흉할 때 주로 이뤄졌다. 세종 21년에는 죄질이 나쁘지 않은 과실 치사범이나 집안 살림이 어려워 도적질한 전과자들을 사면했다. 숙종도 재난 때 人倫(인륜) 파괴범'살인'강도를 제외한 죄수들을 풀어줬다. 그러나 죄질에 대한 조사는 철저히 했으며, 임금의 간곡한 교시에 감격해 우는 죄인이 많았다고 한다.
쪊憲法(헌법)에 사면권을 규정한 건 왕조시대에 제왕이 그랬던 것처럼 마음 내키는 대로 범법자를 풀어줘도 괜찮다는 無所不爲(무소불위)의 권위를 대통령에게 준 것은 아니다. 3권 분립에 따른 法治主義(법치주의)를 기본으로 하되, 공동체의 화합과 결속을 위한 예외적 수단으로 대통령에게 恩典(은전)을 베풀 수 있는 특별권한의 위임일 뿐이다. 그러므로 대다수 국민이 반대하는 사면권 행사에는 말이 많게 마련이다.
쪊光復節(광복절)을 맞아 정부는 노무현 대통령의 측근을 비롯, 정치인'경제인'민생 사범 등 142명을 특별사면'복권하고, 752명을 가석방한다. 불법 大選(대선) 자금 사건에 연루된 안희정 씨와 신계륜 전 열린우리당 의원, 여택수 전 청와대 행정관이 포함됐다. 서청원 전 한나라당 대표, 김원길 의원은 형 선고 실효조치, 현대 비자금 사건으로 복역 중인 권노갑 전 민주당 고문도 잔형이 절반으로 특별 감형됐다.
쪊하지만 여당이 경제 살리기 차원에서 특사를 요청했던 재벌 총수들은 거의 빠지고, 김용산 전 극동그룹 회장만 고령을 이유로 사면 대상에 들었다. 기업인 중엔 중소기업 전문 경영인 17명이 구제된다. 따라서 노 대통령의 측근 인사는 이미 특사'복권된 정대철 이상수 강금원 김정길 등에 이어 최도술 전 청와대 총무비서관을 빼고 모두 풀려나는 셈이다.
쪊이번 사면'복권을 두고 '대통령 측근 구하기' '원칙도 기준도 없는 사면'이라는 비판이 거세다. 특사 때마다 사면권이 濫用(남용)된다는 비난을 받아 왔지만 현 정권은 아랑곳없는 것 같다. 참여정부는 2003년 두 번, 2004년 한 번, 지난해 두 차례 사면을 했고, 이번에는 대선 자금 非理(비리)에 연루된 정치인들을 거의 풀어줬다. 이런 '줄사면'을 '사회 정의 배반'이 아니라고 말할 수 있겠는가.
이태수 논설주간 tspoet@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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