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 새벽 동료 병사 2명에게 실탄을 발사하고 무장탈영했던 육군 모 부대 소속 이모(20) 이병 사건은 반나절의 비극적 드라마로 막을 내렸다.
실탄을 맞은 동료 병사 박모(21) 상병이 과다출혈로 사망한 데 이어 이 이병도 부대 인근 야산에서 사건 발생 11시간 30여분만에 머리에 총상을 입은 채 발견됐기 때문이다.
◇사건 발생 = 사건이 발생한 시간은 이날 새벽 1시9분께.
이 이병은 10일 오전 0시부터 1시까지 사망한 박 상병과 부대 외곽 경계근무를 마치고 내무반으로 들어오기 전 대대 지휘통신실 앞에서 총기안전 검사와 실탄.공포탄을 반납하는 과정에서 갑자기 박 상병에게 실탄 1발을 발사했다.
그는 박 상병에게는 물론, 후임 경계근무자들을 경계초소까지 인솔한 뒤 전임 근무자들을 데리고 돌아오는 역할을 하는 '근무교대 조장'인 김모(22) 병장에게도 실탄 1발을 쐈다.
사고 발생 직후 박 상병과 김 병장은 경기도 분당 국군 수도병원으로 긴급 후송됐으나 심장과 가까운 좌측 어깨 관통상을 입은 박 상병은 새벽 4시45분께 과다출혈로 사망했다.
김 병장은 왼쪽 팔에 관통상을 입고 수도병원에서 치료를 받다 가족들의 요청으로 서울 건국대병원으로 후송됐으며 생명에는 지장이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사건 발생 직후 김 병장은 실탄 10여발과 K2 소총으로 무장한 채 부대 뒷산 방면으로 달아났다.
◇'진돗개 하나' 발령..조기검거 주력 = 육군은 사건 발생 직후 이 이병을 검거하기 위해 경기도 가평군 일대에 대간첩침투작전 중 최고 경계태세인 '진돗개 하나'를 발령했다.
'진돗개'는 적 침투가 예상되거나 침투한 상황이 발생했을 때, 또는 무장탈영병이 발생했을 때 발령되는 출동준비 및 전투준비태세다.
이 이병이 무장 탈영했기 때문에 군 병력이나 민간인 추가 피해가 발생하지 않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보고 조기 검거에 주력한 것이다.
육군은 이 이병이 부대 뒷산을 통해 도주했을 것으로 판단, 사건 발생 10여분 만인 오전 1시15분께 20여명으로 구성된 '5분 대기조'를 출동시켜 야산을 중심으로 추적에 들어갔다.
'진돗개 하나'가 발령됨에 따라 군 병력 1천여명과 경기도 가평경찰서 및 관내 경찰 병력들이 임시 검문서 등을 설치하는 한편, 역.터미널 등을 위주로 검문, 검색을 벌였다.
특히 이날 오전 5시께부터는 아들의 무장탈영 소식을 듣고 달려온 이 이병의 부모가 현장에 도착, 군부대 방송차량을 타고 다니며 확성기로 자수를 설득하기도 했다.
◇반나절만에 막내린 비극 = 이 이병의 무장탈영극은 사건 발생 11시간 30분만인 이날 낮 12시35분께 이 이병이 부대 뒤편 600m 지점 야산에서 머리에 총상을 입은 채 발견됨으로써 막을 내렸다.
낮 12시20분께 한 발의 총성을 들은 장병들이 20여분을 수색한 끝에 피를 흘리고 쓰러져 있는 이 이병을 발견한 것이다.
동료들에게 실탄을 발사한 후 무장탈영했던 이 이병이 자포자기 심정 끝에 스스로 목숨을 끊으려 한 것으로 군은 파악하고 있다.
이 이병은 발견 즉시 응급조치를 받은 뒤 헬기를 통해 경기도 분당 국군수도병원으로 후송돼 응급수술을 받았지만 중태인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육군은 이 이병의 신병을 확보함에 따라 이날 새벽 2시30분께 경기도 가평군 일대에 발령했던 '진돗개 하나'를 해제했다.
◇범행동기 및 이 이병은 누구 = 육군은 이번 사건에 대한 정확한 조사를 위해 부대 관계자들을 대상으로 수사를 벌이고 있다.
그러나 이 이병의 범행동기와 관련해서는 "현재 진행중인 수사 결과가 나와봐야 한다"며 함구하고 있다.
다만 가족들의 얘기를 통해 이 이병에 대한 조각 정보가 들려올 뿐이다.
이 이병의 어머니는 연합뉴스와의 전화통화에서 "트집 잡을게 하나도 없었다"며 말을 잊지 못했다.
이 이병의 남동생도 "형은 원래 내성적 성격"이라며 "평소 총 쏘는 인터넷 게임을 즐겼다"고 말했다.
이 이병은 지난해 다니던 모 전문대를 중퇴한 뒤 휴대전화 부품 조립회사에서 아르바이트를 하기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가족들에 따르면 지난 5월9일 입대한 뒤 6월 소속부대에 배치받은 이 이병은 집에 3통의 전화를 해 안부를 전했지만 이상징후를 발견한 만한 별다른 말은 없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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