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열린체험대학이 계명대에서 열렸다. 고등학생들에게 대학생활을 체험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계명대학이 가진 장점 등을 안내하는 행사였다. 성악에 관심 있는 학생들만을 모아 여러가지 이야기를 나누었는데 십수 명이 하는 공통적인 말은 성악이 어렵다는 것이다.
성악은 과학적이라기보다 감각적, 심리적 활동이라 할 수 있다. 의지로 조절 할 수 없는 발성기관과 심리상태에 많은 영향을 받기 때문이다.
그런데 어려움은 성악에만 있는 것일까? 어려움은 성악공부 뿐 아니라 모든 인생 활동에 존재한다. 시간이 지난다고 없어지는 것도 아니며 피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삶을 포기하지 않는 한 우리는 어려움을 피할 수는 없으며 열심히 살려고 노력 할 수록 어려움은 더 크게 다가올 수 있다.
여러 학문을 조금씩 해 본 필자에게도 어려운 과정이 있었다. 신비하게 여겨지던 천문과 기상학을 공부할 때는 수많은 수학공식과 물리학 법칙을 이해하고 응용해야 했으며 아름다운 산을 이루는 지층과 별들을 공부할 때는 수많은 밤을 높은 산에서 떨며 지새야 했다. 조그만 생물의 생태를 알기 위해 수십 마리의 개구리를 죽이고 눈물을 흘리며 양파껍질을 현미경으로 관찰해야 했다. 졸작인 한편의 시를 쓰기 위해 뒷짐 지고 탱자나무 옆 구부러진 길을 얼마나 서성였는지 모른다. 무엇하나 쉬운 것이 없었다. 들에 핀 한 송이 국화꽃, 그것을 피우기 위해 봄부터 소쩍새는 그렇게 울어야 한다.
가치가 있는 것일 수록 어려움이 많이 따른다. 영생으로 통하는 좁은 길이 의미하는 것은 다니기 어려운 길이다. 넓어서 다니기 편한, 그래서 많은 사람이 다니는 그런 길이 아니다. 어려움을 어려움으로만 알고 많은 사람이 포기하는 소수만이 가는 길, 그 길에 매력을 느껴 젊음을 바치며 어려움을 극복하고자 하는 것, 그것이 희망이며 성공하는 삶이다.
가시밭에 핀 한 송이 백합화가 더욱 향기로우며 진흙 속에 핀 연꽃이 더욱 눈에 띈다. 베토벤의 아홉 개 교향곡 중에서 가장 걸작이라고 할 수 있는 제9번 '합창 교향곡'은 청각장애라는 음악가에게 가장 어려운 상황에서 나왔다. 그래서 톨스토이는 역설적으로 위대한 예술가가 되기 위해서는 삶이 어려워야 한다고 했다.
언제 어디서나 누구에게 주어지는 이 어려움을 피하지 않고 긍정적으로 달게 받아 해결해 나가는 것이 야망 있는 젊은이의 태도다. 왜냐하면 그 어려움이 바로 학문이며 예술이고 우리의 삶이기 때문이다.
이영기 계명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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