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심 주변에서 멧돼지 잦은 출몰…피해 잇따라

입력 2006-08-09 10:02:37

지난달 13일 대구 북구 사수동 성베네딕트 수녀원. 이른 새벽 옥수수밭을 찾은 수녀들은 어안이 벙벙했다.

1천여 평에 이르는 옥수수밭과 고구마밭이 쑥대밭이 됐기 때문. 범인은 멧돼지 떼였다. 반쯤 익어가던 옥수수대는 모두 넘어져 있었고 고구마밭도 한골이나 파헤쳐졌던 것.

멧돼지 떼들의 극성은 그날로 끝나지 않았다. 긴 장마와 무더위에 먹이를 찾지 못한 멧돼지들은 수시로 밭을 망쳐놨다. 땅콩과 무, 약초를 심었던 밭이 차례차례 엉망이 됐고 온 밭둑을 헤집어 놓았다.

수녀원 관계자는 "3천~4천 자루는 족히 딸 수 있었던 옥수수를 600 자루 밖에 건지지 못했다."며 "12~20 마리에 달하는 멧돼지 떼가 소중히 가꿔온 밭을 수시로 망가뜨렸다."고 하소연했다.

멧돼지의 도심 습격이 좀처럼 숙지지 않고 있다. 시내 외곽지 곳곳에서 나타나 농작물을 훼손하거나 묘지를 파헤치는 것은 물론 심지어 사람들을 다치게 하는 경우까지 생기고 있는 것.

지난 6월 26일 대구 북구 읍내동 이모(81) 할아버지의 콩밭이 멧돼지의 습격을 당했다. 그물망을 뚫고 들어온 멧돼지는 막 싹이 올라온 콩순의 절반을 먹어치웠다.

지난해 11월에는 대구 남구 봉덕동 앞산 등산로에 멧돼지가 나타나 등산객 최모(64·대구 남구 이천동) 씨를 들이받아 상처를 입혔고, 대구 수성구 월드컵경기장 주변 천주교공원묘지 내 40여기의 묘가 멧돼지에 의해 훼손되기도 했다.

멧돼지 피해 규모는 집계된 것만 매년 수억 원에 달한다. 대구시에 따르면 멧돼지에 의한 농작물 피해는 2003년 2억1천94만원, 2004년 2억5천325만원으로 집계됐다. 지난해는 벼 1억4천만원, 채소류 4천630만원 등 1억6천960만원의 피해를 입었다.

이런 가운데 대구시가 환경부와 공동으로 도심 주변 야생 멧돼지의 서식 밀도를 조사키로 했다.

시는 국립환경과학원의 검토를 거쳐 동구와 북구, 달성군에 각각 3개 지점 씩 모두 9곳을 지난 7일 조사 지점으로 확정했다. 조사 지역은 동구의 경우 팔공산과 초례봉, 용암산 지역, 북구는 도덕산과 함지산, 태북산 일대, 달성군은 비슬산과 청룡산, 용지봉 일대가 대상이다.

구·군 공무원과 대구지방환경청, 대한수렵협회 회원 등 조사반은 모두 9명으로 구성되며 30ha의 조사구를 설정, 등산로를 따라 6km를 이동하면서 멧돼지의 족적이나 배설물의 수, 크기 등을 조사한다. 오는 29~31일, 9월 12~14일까지 두 차례에 걸쳐 펼쳐질 계획. 조사 결과는 국립환경과학원의 분석을 거쳐 올 11월 환경부가 각 시·도에 맞는 종합 대책을 마련하는데 기초 자료로 쓰이게 된다.

대구시 관계자는 "대도시 주변에 출현하는 멧돼지들로 인해 시민들의 불안감이 날로 커지고 있다."며 "이번 조사를 바탕으로 멧돼지의 도심 출현 원인과 서식 개체수 등을 조사, 지역 상황에 맞는 '맞춤형 구제 대책'을 세울 것"이라고 말했다.

장성현기자 jacksoul@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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