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마솥 더위 열흘…대구·경북 '녹 다운'

입력 2006-08-07 11:08:07

산업체 집단 휴가·냉방병 환자 급증·군부대 훈련 중단

가마솥 더위가 열흘 가까이 이어지면서 산업생산 현장과 재래시장이 문을 닫고, 군부대 훈련이 중단되는가 하면 냉방병 환자가 급증하는 등 사회 전반이 '더위 열병'을 앓고 있다.

시민들의 생활 리듬이 깨져 도시, 농촌 할 것 없이 생기를 잃어가고 있는 가운데 기상청은 폭염이 앞으로 짧게는 1주일, 길게는 보름 넘게 이어질 것이란 '최악의 전망'을 내놓고 있다.

대구 월배신도시내 한 건축현장. 콘코리트 작업 시간을 새벽 3시로 앞당겨 오전에만 일을 한다. 형틀, 철근 작업자들은 3, 4일씩 교대로 휴가를 떠나고 있고, 오전 7시 출근 시간을 한시간 앞당겨 한 낮 휴식 시간을 늘렸다.

건축 현장 관계자들은 "골조공사 등 외부작업이 많으면 많을수록 무더위 영향이 커진다."며 "새벽 일감을 늘리고 있지만 작업 능률이 오르지 않아 걱정"이라고 했다.

성서공단도 사정은 마찬가지. 경기 악화로 일감이 줄어든데다 무더위까지 겹치면서 단체 휴가를 떠나 생산 라인 가동을 일시 중단하는 사업장들이 넘쳐나고 있다.

공단내 ㅎ염직 관계자는 "성서공단 20여개 염색업체들은 지난 3일부터 8일까지 생산 가동라인을 중단하고 있다."고 말했다.

공단내 태창철강 관계자도 "썸머 타임제를 도입해 가장 뜨거운 오후 2~3시에는 음료수나 아이스크림을 먹으며 더위를 식힌다."고 말했다.

군부대에서는 폭염으로 인한 각종 사고를 막기 위한 조치가 시행됐다. 육군 50사단 신병교육대는 낮기온이 35℃를 웃도는 한낮에는 야외 교육훈련을 중단, 조교시범이나 실내 교육으로 대체하고 있다.

또 공군 제11전투비행단의 경우 장병들의 건강을 지키기 위해 내무실 옥상에 스프링클러를 설치, 건물 온도를 낮추고 있다.

전력사용량도 급증하고 있다. 한국전력 대구전력관리처에 따르면 지난 4일 낮 대구.경북 최대 전력 사용량은 623만7천kw. 지난해 같은 날 588만5천kw보다 35만2kw(6%) 늘어났다. 이처럼 전력사용량이 급증하면서 노후 아파트 변압기에 과부하가 걸려 정전 사태가 잇따를 가능성도 높아지고 있는 실정.

바깥 나들이를 꺼리는 현상이 심해지면서 재래시장들은 개점 휴업 상태. 서문시장의 경우 1지구와 4지구, 5지구 1층, 건해산물 지구 등이 지난 주 잇따라 휴가를 떠났고 5지구 2층과 동산상가, 동산상가 지하 등은 오는 13일쯤 여름 휴가를 가질 계획이다.

반면 대형 소매점들은 더위를 피하기 위해 몰려드는 고객들로 인산인해를 이루고 있다. 하지만 피서가 주목적인 탓에 매출은 기대보다 늘지 않는 편.

대구시내 병·의원에는 냉방병과 열사병 환자들이 크게 늘었다.

계명대 동산병원 최우익 응급의학과장은 "요즘처럼 에어컨 바람을 많이 쐬는 계절에는 자주 환기를 시켜주고 외부와의 온도차이가 5℃가 넘지 않도록 해야 냉방병을 예방할 수 있다."고 밝혔다. 또 "여름철에 흔히 발생하는 열사병의 경우 장기간 강렬한 햇볕에 노출되지 않도록 하고 갈증이 안나더라도 전해질 음료수를 자주 마셔야 하며, 특히 아이나 노약자는 시동꺼진 차 안에 오래 놔두지 않아야 한다."고 했다.

한편 대구기상대는 "태풍 2, 3개가 발생해 북상하고 있지만 13일까지는 비가 내릴 가능성이 작다."며 찜통더위가 상당 기간 지속될 것으로 내다봤다.

사회1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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