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몽 꿔서 남준다?'
태몽을 대신 꿔준다는 여성이 있다 해서 있다고 해서 어떤 사람인지 궁금했다. 흔히 하는 말로 '신기(神氣)가 있나?' 싶은 생각도 해 봤지만 막상 만나보니 여성스러운 이미지를 가진 여느 직장인이었다. 최은주(33'경북 경산시) 씨.
그녀는 "주위 친구들도 가끔 자리펴고 본격적인 점쟁이로 나서라는 우스갯소리를 하곤 해요. 하지만 전 제게 신기가 있다고 생각지 않아요. 꿈은 꿈일 뿐이죠. 용하게 맞춘다면 벌써 상당한 돈을 벌었게요?"라며 웃고 만다.
최 씨가 처음으로 태몽을 꾼 것은 중학교 3학년 때. 임신중이었던 올케언니랑 한 방에서 자다 너무나도 선명한 꿈을 꿨다. 방 가득 물이 차 오르면서 물고기떼가 유유히 헤엄쳐 들어오더라는 것. 다음날 가족들에게 그 이야기를 했더니 그녀의 아버지께서 "태몽인 것 같다. 아무래도 딸을 낳으려나보다."라고 말했고, 정말 올케언니는 딸을 낳았다.
그 후로도 언니와 작은 올케, 친구들의 태몽을 6차례나 대신 꿨다. 가장 최근에 꾼 태몽은 친구의 것. 임신 후 시어머니가 조개 꿈을 꿨다며 "아마도 첫 손주는 딸인갑다."라는 한숨섞인 소리에 불안함을 감추지 못하는 친구를 만났는데, 그 며칠 후 최 씨가 다시 친구의 태몽을 꾼 것이다. 산에 놀러가 엄청나게 큰 밤송이를 따서는 "친구에게 줘야지."라며 주머니에 곱게 담는 내용이었다. 최씨는 이 꿈을 친구에게 1천 원 받고 팔았다. 그 영향일까, 친구는 결국 사내아이를 시어머니께 안겼다.
그녀는 "평소에도 거의 매일밤 꿈을 꾸는데 기억이 나지 않는 소위 '개꿈'들이 대부분"이라며 "하지만 태몽을 꿀 때는 꿈이 너무 생생한데다 깨어보면 '이것은 태몽'이라는 느낌이 강하게 온다."고 했다.
하지만 그녀는 꿈에 대해 그리 믿음을 가지고 있지 않았다. 워낙 많은 꿈을 꾸는 중에 친구의 아기든, 조카든 어떤 아기가 태어날까 궁금해하고 기대하는 심리가 꿈 속에서 무의식 중에 반영이 된 것이 아닌가 정도로 해석할 따름이다.
더구나 신기가 있다면 다른 종류의 '예지몽'들도 꾸게 마련이지만 그런 경험은 많지 않다. 부모님이 돌아가실 때와, 로또 4등 당첨돼 9만 원의 상금을 받을 때 뿐이었다.
여태 남의 태몽만 대신 꿔 줬지만 정작 결혼을 하지 않아 자신의 아기 태몽은 꿔보질 못했다는 최 씨.
"꿈이라는 것을 너무 믿어도 문제지만 아예 무시할 수는 없겠죠. 나쁜 꿈을 꾸면 조금 더 주의하고, 좋은 꿈을 꿨을 때는 막연한 기대감에 더 좋은 일이 생기는 그런 힘 아닐까요? 제 태몽으로 태어난 아기들에게 앞으로 행복한 인생이 펼쳐진다면 그보다 더 기쁜일이 없겠죠."
●역사 속 태몽
★김유신 장군=유신의 아버지 서현은 두 개의 별이 자신에게 내려오는 꿈을 꿨다. 그의 아내 만명도 갑옷을 입은 동자가 구름을 타고 방안으로 들어오는 꿈을 꿨는데 얼마 후 만명의 몸에 태기가 비쳤다.
★이율곡 선생=신사임당이 친가인 오죽헌에 머무르고 있던 어느날 밤, 동해바다의 찬란한 아침 햇살을 받으며 갑자기 검은 용 한마리가 하늘로 훨훨 날아오르더니 신사임당이 잠자고 있는 방으로 들어왔다. 그래서 이율곡 선생의 이름을 '현룡'이라고 지었다.
★세종대왕=태조가 아직 대군이던 시절, 들판 가득 누런 벼이삭들이 고개를 숙이고 있는 꿈을 꿨다. 그리고 세종대왕의 어머니는 대궐 뒤 켠의 백악에서 집채만한 황소 한 마리가 구름을 타고 오는데 두 뿔 사이에는 이글이글 타오르는 태양을 이고 있었다고 한다.
★일연 스님=해가 집에 들어와 사흘 동안을 연이어 비추고 있는 꿈을 꿨다. 그래서 아명을 견명(見明)이라 불렀다. (라이프매일 2006년 8월 3일자)
한윤조기자 cgdream@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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