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스트로 죽이는 638가지 방법

입력 2006-08-04 09:13:43

현존 지도자 중 세계 최장 집권 기록을 가진 피델 카스트로 쿠바 국가평의회 의장은 거의 반세기 동안 미국 중앙정보국(CIA)과 쿠바 망명객의 온갖 암살 시도를 이겨내며 살아왔다.

CIA는 카스트로를 암살하기 위해 007 영화를 무색하게 할 정도로 기발한 상상력이 넘치는 계획들을 동원했으나 성공을 거두지 못했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3일 쿠바 비밀정보국의 수장을 지낸 파비안 에스칼란테의 말을 빌려 무려 638회에 이르는 카스트로 암살 기도가 있었다고 전했다.

에스칼란테는 카스트로 암살을 막기 위한 보안업무를 담당했으며, 과거 기억을 살려 '카스트로를 죽이는 638가지 방법'이라는 책을 냈다.

기상천외한 아이디어를 포함한 다양한 암살 기도 중 가장 널리 알려진 것은 카스트로가 좋아하는 시가에 폭발물을 내장해 카스트로의 얼굴을 날려버리는 방법이었다고 에스칼란테는 말했다.

카스트로가 쿠바 해안에서 스쿠버 다이빙을 즐긴다는 사실을 간파한 CIA는 카리브해에 서식하는 연체동물류에 공을 들이기도 했다. CIA는 큰 조개류를 찾아서 다량의 폭발물을 집어넣은 뒤 껍질에 예쁜 색을 칠해서 물 속에 있는 카스트로의 관심을유도하려 했다. 그러나 이 계획은 많은 다른 계획들처럼 실행에 옮겨지지는 않았다.

CIA는 점점 기력을 쇠하게 하는 만성 피부병을 유발하는 균류로 감염된 다이빙복을 카스트로에게 입히는 방법도 강구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카스트로의 암살 시도는 카스트로가 정권을 잡은 1958년 혁명 직후부터 시작됐다. 1961년 CIA의 지원 아래 약 1천500명의 반카스트로 쿠바 망명객들이 쿠바 남서부 해안인 피그스 만을 침공했다가 실패했다. CIA는 피델 카스트로와 라울 카스트로, 체 게바라를 암살하려 했으나 카스트로는 오히려 암살 부대를 격퇴하고 살아 남았다.

2년 뒤 케네디 전 미국 대통령이 암살당한 날에도 파리에서 펜 모양 주사기를 가진 요원이 카스트로 암살을 위해 파견됐으나 실패했다. 60년대 중반 CIA에 고용된호텔 직원은 카스트로가 좋아하는 밀크쉐이크에 독약을 넣어 냉장고에 넣어둔 채 카스트로를 기다렸으나 문제의 밀크쉐이크가 얼어버리는 바람에 뜻을 이루지 못했다. CIA는 카스트로의 손수건이나 그가 마시는 차나 커피에 치명적 박테리아를 투입하는것도 생각했다.

카스트로의 전 애인이 CIA의 암살 기도에 동원돼 콜드크림 통에 독약을 숨긴 채카스트로를 찾아온 적도 있다. 이 음모를 간파한 카스트로는 총을 건네며 자신을 쏘라고 했지만 카스트로의 전 애인은 "피델, 나는 못하겠어요"라며 포기했다.

가장 최근인 2000년에는 파나마를 방문한 카스트로가 연설하는 연단 아래에 90 ㎏ 분량 폭발물을 숨겨두는 계획이 시도됐으나 카스트로의 개인 경호팀에 적발됐다.

이 사건으로 전 CIA 요원이자 쿠바 망명객인 루이스 포사다를 포함한 4명이 체포 수감됐으나 나중에 사면을 받아 석방됐다.

CIA는 카스트로의 암살을 위해 암흑가 인물들에게 접근했던 적도 있다. CIA의 사주를 받은 카스트로의 옛날 학교 친구 중 한 명이 마피아처럼 대낮 거리에서 카스트로를 총살하려 했으나 경호팀이 탐지해냈다.

이 같은 암살 음모를 피하기 위해 카스트로는 거리를 혼자 걸어다니던 습관을 중단했고, 때로 자신과 똑같이 변장한 가짜 카스트로를 동원했다. 카스트로는 쿠바 안에 20개의 집을 두고 여기저기 옮겨 다님으로써 암살범의 접근을 막고 있으며, 카스트로에게 보내지는 선물은 철저한 검색을 거친다.

집요한 암살작전에도 불구하고 아직 살아 있는 카스트로의 불멸의 신화를 빗대 여러 가지 재미난 유머도 만들어졌다. 갈라파고스 거북을 선물받은 카스트로는 이 거북이 겨우 100세밖에 살지 못한다며 선물을 거절했다. "내가 온갖 애정을 다 쏟고나면 나보다 먼저 죽는다"며 "애완동물은 그게 문제"라고 카스트로가 말했다는 것이다.

런던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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