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관방장관이 지난 4월 A급 전범이 합사된 야스쿠니(靖國)신사에 참배한 것으로 밝혀져 큰 파문이 예상된다.
차기 총리로 유력한 그가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총리 못지않게 '야스쿠니'에 집착하고 있음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차기 정권에서도 '아시아외교의 실패'를 개선하기는 커녕 한국 및 중국과의 좌충우돌을 거듭할 것이라는 우려가 한층 커지고 있다.
아베 장관은 자민당 간사장이던 2004년과 간사장 대리이던 2005년 일본의 패전일인 8월15일 야스쿠니신사를 참배했다. 9월20일 자민당 총재 선거를 앞두고 올해는 신사참배를 강행하지 않을 것이라는 시각이 우세했으나 이미 4월 봄 대제 직전에 참배한 사실이 밝혀졌다.
그는 관용차는 사용하지 않았지만 주머니에서 동전을 꺼내 함에 던지고 방명록에 '내각 관방장관 아베 신조'라고 기재한 것으로 확인됐다고 공영방송 NHK가 이날 보도했다.
아베 장관은 총리가 된 뒤에도 참배를 강행할 지 여부는 현재 명확히 밝히지 않고 있다. 그는 지난달 24일 회견에서 "국가를 위해 싸운 분들에게 합장하고 명복을 빌며 존숭의 뜻을 표하기 위해 참배해왔다"면서도 "참배할지 안할지, 언제 할지, 말할 생각은 없다"고 밝혔었다. 그가 '애매한' 태도를 유지하는 것은 고이즈미 총리처럼 야스쿠니 참배를 '공약' 으로 내세울 경우 향후 선택의 폭이 좁아지는데다 자칫 자민당 총재선거에서 야스쿠니 문제가 최대 쟁점으로 부상하는 상황을 우려하기 때문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그의 4월 참배가 밝혀진 만큼 총리에 취임하더라도 전임자인 고이즈미 총리처럼 연례참배를 불사할지 모른다는 일각의 우려가 점차 현실성을 띠고 있는 것으로 도쿄 외교가는 관측하고 있다.
NHK는 자민당 안에서 아베 장관과 거리를 두는 의원들 사이에 "(4월 참배로) 중국 및 한국의 반발은 피할 수 없으며, 아베 장관이 총리로 취임할 경우 아시아외교를 바로잡는 것은 생각할 수 없다"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고 전했다.
이에 더해 고이즈미 총리는 예상대로 '8.15일 참배'를 강행할 것이 확실시되고있다고 현지 언론이 전했다.
특히 고이즈미 총리는 공약인 8.15 참배에 나서면서 '개인 참배' 형식을 띠었던지금까지와는 달리 참배 전 기자회견을 열고 공식 참배를 강행할 것이라는 전망마저나오고 있다.
아베 장관과 고이즈미 총리의 이러한 행보는 '야스쿠니 문제'를 9월20일 자민당총재 선거의 확실한 쟁점으로 만들 전망이다.
자민당 총재 선거에 뛰어든 3인방 가운데 다니가키 사타카즈(谷垣楨一) 재무상은 지난달 27일 출마선언을 하면서 '아시아외교의 정상화'를 포함하고 총리가 되면 야스쿠니신사를 참배하지 않겠다고 선언한 바 있다.
아소 다로(麻生太郞) 외상 역시 총리가 될 경우 재임중 야스쿠니신사를 참배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조만간 밝히고, 야스쿠니신사를 비종교법인화해 A급 전범의 분사가 가능토록 하는 구상을 밝힐 계획이다.
아사히(朝日)신문은 지난달 30일자 사설에서 야스쿠니문제로 활력을 잃은 일본의 아시아외교가 고이즈미 총리가 남긴 최대의 '짐'의 유산이라고 지적하며 '고이즈미 외교'를 통렬히 비판했었다.
도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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