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유대 발언 멜 깁슨, 할리우드에서 '왕따'

입력 2006-08-02 08:27:52

감독 겸 배우 멜 깁슨(50)이 취중에 내뱉은 반유대인 발언 때문에 할리우드 인생 최대의 위기를 맞고 있다.

깁슨은 지난달 28일 미국 로스앤젤레스 말리부 해안고속도로에서 과속 및 음주운전으로 체포된 후 경찰서에서 조사를 받던 중 "세상의 전쟁은 모두 ×같은 유태인들 때문이다"라고 말한 것으로 조서에 기록됐으며 이 사실이 언론에 보도되면서 그 파장이 일파만파로 번지고 있다.

사태가 커지자 깁슨은 30일에 이어 1일에도 사과성명을 잇따라 발표하면서 용서를 구했으나 파문이 쉽게 가라앉지 않을 전망이다.

ABC방송은 1일 멜 깁슨이 제작하는 유대인 대학살(홀로코스트) 관련 미니시리즈를 취소한다고 발표했으며, 멜 깁슨의 차기 감독작 '묵시록(Apocalypto)'의 12월 배급을 맡고 있는 디즈니사는 깁슨과의 관계를 재고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ABC방송도 디즈니 소유로 지금까지 디즈니사는 영화 및 TV제작과 관련해 깁슨과 돈독한 관계를 유지해왔다.

할리우드와 미국의 미디어산업이 유대인 '큰손'들에 의해 지배되고 있는 것은 이미 잘 알려진 사실. 게다가 깁슨의 경우, 지난 2004년 자신이 제작, 감독한 영화 '패션 오브 크라이스트'의 내용이 반유대주의적이라는 비판을 유대인 사회로부터 받은 경력이 있어 이번 발언은 더욱 곱지 않은 시선을 받고 있다.

특히 할리우드내의 파워가 센 단체인 반유대인 명예훼손리그(ADL)는 깁슨의 발언에 큰 분노를 표시하는 성명을 즉각 발표했다.

대표인 에이브러햄 폭스맨은 성명서에서 "깁슨이 마침내 자신의 진정한 모습을 드러냈으며, 자신의 영화를 둘러싼 논쟁 중 그는 자신이 포용력 있고 폭넓은 사랑을 지니고 있는 사람이라고 한 말이 속임수임이 드러났다"고 비난했다.

작가 겸 감독인 노라 에이프런도 칼럼에서 "이제야말로 멜 깁슨이 어떤 생각을 하는 사람인지 보여주는 결정적인 증거가 나왔다"고 반박했고, 할리우드의 에이전트인 아리 에마뉘엘은 "할리우드의 사람들이 유대인 여부를 떠나 모두 직업적으로 깁슨을 배제함으로써 이번 사안이 얼마나 중요한 문제임을 보여주어야 한다"며 할리우드가 깁슨을 보이콧할 것을 제안했다.

'패션 오브 크라이스트'를 제작한 깁슨은 독실한 가톨릭 신자. 정통 가톨릭 집안 출신인 그는 특히 아버지 허튼 깁슨이 악명(?)높은 반유대주의자로 그는 2차대전 당시 유대인 대학살이 역사적으로 존재하지 않았다는 극단적인 주장을 펴기도 했다.

그래서 '패션 오브 크라이스트' 개봉 당시 멜 깁슨은 자신이 아버지와 다른 사람임을 강조하기 위해 거리감을 두기도 했으며 유대인 대학살과 관련한 TV 미니시리즈를 준비해왔다.

지금까지 멜 깁슨은 자신의 이름 하나만으로 영화를 제작할 수 있는 파워를 과시하며 이름 자체가 하나의 브랜드로 자리잡은 몇 안되는 스타였다.

할리우드에서는 올 12월 개봉 예정인 '묵시록'이 그 브랜드파워를 시험하는 무대가 될 것이라 전망하면서 이번 반유대인 발언으로 영화의 개봉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시하고 있다. 마야 문명의 말기를 다룬 액션 스릴러인 '묵시록'은 마야 언어로 찍었으며 현재 후반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사태가 악화일로로 치닫자 깁슨은 1일 성명을 발표, 유대인 사회에 용서를 구했으며 유대인 지도자들을 만나 화해의 길을 모색하겠다고 밝혔다. 그의 사과를 유대인 사회 및 할리우드가 어떻게 받아들일지 주목된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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