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약이 들어간 파전을 먹은 근로자가 사경을 헤매고 있다는 어처구니없는 소식이다. 파전을 만든 할머니가 "흰색 분말 살충제를 밀가루인줄 알고 반죽을 했다."는 내용을 보고 깜짝 놀랐다. 잘못하다가는 정말 대형사고가 날 수 있겠구나 하는 생각에 식은땀이 흘러내렸다.
지금 농촌은 한마디로 거대한 양로원이라고 할 수 있다. 불행하게도 이런 노인들이 농약을 사용하는 주 고객이라는 사실에서 이 문제를 절대 간과해서는 안 된다. 노인들처럼 나이가 많아지면 모든 감각기관의 기능이 저하된다.
즉 시력이나 냄새로 밀가루와 흰색 분말농약을 잘 구분하지 못하게 되면서 제2, 제3의 이런 사건이 재발할 수 있는 개연성이 얼마든지 있는 것이다. 이번에 난 사고처럼 흰색분말 살충제의 경우 아예 유색으로 만드는 것도 구별을 하지 못해 발생될 수 있는 농약사고를 최소화할 수 있는 방법일 것이다.
그러나 문제는 간단하게 해결되지는 않을 성싶다. 여기에는 농약제조업체의 상술이 숨어 있기 때문이다. 농약업체들은 더 많은 양의 농약을 판매하기 위해 농약에 대한 혐오감을 최대한 줄이기 위해 많은 노력을 경주하고 있다.
분말농약의 색깔을 흰색 등 우리들이 친근하게 느끼는 색으로, 냄새를 없앤 다음 제품을 출시한다. 병에 담아 판매하는 액제농약도 화려하게 만들어 어린이들이 음료수로 착각할 정도로 만들어지고 있는 실정이다.
당장 눈으로, 냄새로 농약임을 단번에 알 수 있도록 만들어야 한다. 이렇게 하기 위해서는 허가권을 가지고 있는 행정당국의 지도가 선행되어야 할 것이다. 그리고 소비자단체와 농업인단체들도 힘과 지혜를 모아나가야 한다.
이재호(농협 구미교육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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