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씨 시장 후보 3명에 똑같이 500만원씩 '보험'
S씨 가족 모두 이름으로 1명에 1천만원 '올인'
투표만큼 신중했던 '기부'
■시장·도지사 선거 기부명단 분석
지난 5·31 지방선거에서 대구시장, 경북도지사 후보로 나섰던 7명 가운데 김범일 대구시장이 후원금을 가장 많이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또 각 후보들에게 후원금을 낸 고액 기부자 가운데는 건설·건축업, 자동차부품업, 광고업, 주류업 등 기업체 대표가 상당수 포함돼 있었다. 직업이나 전화번호, 주소 등을 허위로 표시하거나 아예 기재하지 않아 정확한 신분을 파악하기 어려운 기부자도 많았다.
이는 본지가 1일 5·31 지방선거에 출마했던 대구·경북 광역단체장 후보들의 후원회가 대구시 및 경북도 선거관리위원회에 제출한 후원금 고액 기부자(1인당 120만 원 초과) 명단을 분석한 결과다.
◆누가 많이 냈나?
건설시행사 대표인 J씨는 이재용(열린우리당 대구시장 후보), 김범일(한나라당 대구시장 후보), 박명재(열린우리당 경북도지사 후보) 씨 등 3명에게 각각 500만 원씩 모두 1천500만 원을 기부했다. 또 자영업자인 S씨는 이재용, 김범일, 김관용(한나라당 경북도지사 후보) 씨 등 3명에게 총 1천500만 원의 후원금을 냈다. 정당과 지역을 구분하지 않고 전방위로 후원금을 낸 대표적 사례로 꼽힌다.
건설업 대표인 J씨는 이재용, 김범일 후보 양측에 각각 500만 원씩 1천만 원을 냈다.
자동차부품업체 대표인 O씨는 박명재 후보에게 500만 원, 김관용 후보에게 200만 원을 각각 후원금으로 기부했다.
또 모 기업체 대표 K씨는 박명재 후보에게, K씨의 아버지는 김관용 후보에게 각각 후원금을 500만 원씩 기부했다.
S씨는 자신과 두 자녀 등 가족 3명이 합쳐 김관용 후보에게 1천만 원을 내기도 했다. S씨는 1인당 연간 500만 원인 광역단체장 후원금 한도액을 지키면서도 사실상 두 배를 낸 셈이다.
◆누가 많이 받았나?
대구에서는 김범일 후보가, 경북에선 김관용 후보가 각각 다른 후보에 비해 두 배 이상 많은 후원금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당선 가능성이 높았던 후보에게 많은 후원금이 몰린 것으로 분석된다.
대구의 경우 김범일 후보가 5억 1천800여만 원으로, 이재용 후보의 2억 300여만 원보다 두 배 이상 많았다.
이연재 민주노동당 후보에게도 1억 5천200여만 원이 기부됐고, 백승홍 무소속 후보는 400여만 원을 기부받았다. 박승국 국민중심당 후보는 후원회를 두지 않았다.
특히 김범일 후보에 대한 고액기부자는 47명, 이재용 후보에 대한 고액기부자는 21명인데 반해 다른 후보에 대해서는 고액기부자가 1명도 없었다.
경북의 경우 김관용 후보가 4억 3천800여만 원으로, 1억 9천700여만 원을 받은 박명재 후보보다 역시 두 배 이상 많았다. 고액기부자도 김관용 후보 53명, 박명재 후보 25명으로 각각 집계됐다.
◆후원금 기부의 허점은?
지난 5·31 지방선거 때 첫 도입된 광역단체장 후원금의 경우 1인당 연간 500만 원씩 4명에게 낼 수 있어 한도액은 총 2천만 원이다.
소액기부제도도 마련돼 있다. 1인당 월 10만 원씩 총 120만 원까지를 낼 수 있다.
그러나 이 후원금 제도는 자신의 직업이나 주소 등 신분을 제대로 밝히지 않더라도 얼마든지 고액을 낼 수 있는 맹점을 안고 있다. 정치자금법 및 정치자금사무관리 규칙에는 기부자 명단작성시 허위로 기재하더라도 별다른 처벌 조항이 없기 때문이다.
실제 김범일 후보에 대한 고액기부자 47명 가운데 직업을 기재한 사람은 2명에 불과했으며, 일부는 전화번호나 주소도 밝히지 않거나 허위로 기재했다. 김관용, 이재용, 박명재 후보에 대한 고액기부자 상당수도 직업이나 전화번호를 기재하지 않거나 실제와 맞지 않은 경우가 많았다. 직업란이 기재돼 있어도 구체적으로 명시하지 않은 채 '회사원' '임원' 등으로 모호하게 적은 경우도 부지기수였다.
김병구기자 kbg@msne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