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이 추진중인 조직개편안의은 세 가지로 요약된다. 구미·진주·순천지점은 시행 즉시(시행시기는 내년 1월 1일로 예상됨) 폐쇄, 목포본부는 직제를 확대해 전남본부로 승격시키며, 포항본부와 강릉본부는 지점으로 격하시키되 포항 경우 2009~2010년에 폐쇄한다는 것이다.
포항본부 폐쇄안은 절차면에서도 설득력이 떨어진다. 한국은행은 당초 전국의 15개 본부(전체는 16개 본부인데 강남본부는 서울에 있음) 중 팀제가 없는 포항·목포·강릉본부 폐지를 검토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이런 저런 손을 거치면서 목포본부는 확대재편, 포항은 폐지쪽으로 가닥이 잡혔다.
포항상의 최영우 회장은 "목포본부는 굳이 전남본부로 승격, 존치키로 하는 반면 경제력이 큰 포항은 폐쇄하려 하니 누가 들어도 웃을 일"이라면서 "정치적인 고려가 다분히 내포됐을 가능성이 높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1998년 목포와 포항본부 폐지가 정치적인 배려로 유보됐던 적이 있다. 당시 한국은행은 목포본부와 포항본부 폐지를 검토했으나 목포 출신의 김대중 대통령과 포항 출신의 박태준 총리가 조정해 없던 일이 됐던 것.
한국은행이 서둘러 조직개편 안을 만들고 있는 것도 석연찮다. 지난해 7~9월 한국은행을 감사한 감사원은 조직개편에 대한 '권고' 의견을 최근 최종 통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포항시는 "시정이 아니라 권고 사항인 데 굳이 포항본부를 폐쇄키로 한 것에 대해 의구심을 갖지 않을 수가 없다."고 말했다. 또 일각에서는 감사원이 통보한 여러 건의 감사결과중 조직 내 더 큰 손실을 보호하려다 보니 포항본부를 희생시키려는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이런 이야기는 현재 한국은행 내부에서도 심심찮게 흘러 나오고 있다.
한국은행 포항본부의 폐쇄는 단순히 지역에서 국기기관이 하나 없어지는 것이 아니라 포항 및 경북 경제의 심장부를 도려내는 이상의 의미를 갖게된다. 이는 포항본부의 현 역할에서도 확연히 드러난다. 우선 역내 기업의 경우 치명타를 입을 수밖에 없다. 예컨대 현재는 포항의 한 중소기업이 자금이 필요할 경우 시중은행과 논의되면 한국은행 포항본부로부터 최대 20억 원까지 지원을 받을 수 있다. 포항본부가 확보하고 있는 중소기업육성자금 올해분이 870여억 원 규모다. 물론 금리는 일반시중보다 저리다. 그러나 포항본부가 폐쇄되면 이 자금은 대구본부에 묶이게 돼 포항의 기업들이 당장 상담에서부터 애로를 겪게 된다. 또 모든 서류를 갖춘 후 자금을 받기 위해서는 대구를 뻔질나게 오르내려야 해 시간 및 금적전 손실도 불가피하다.
시중은행의 한 관계자는 "한국은행 포항본부가 폐쇄될 경우 1~2년만 흐르면 중소기업이 가장 타격을 입을 것이며, 대기업들 또한 영향을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화폐수급도 부담스런 대목이다. 지금은 포항의 경우 10여분 안에 한국은행 포항본부에서 필요한 금액을 가져 갈 수 있으나 폐쇄되면 대구로 가야한다. 특히 울진지역의 금융기관은 현재도 5시간이 걸리는 왕복시간이 8시간대로 늘어나 그만큼 위험에 노출될 가능성이 커진다.
한국은행 포항본부 폐쇄시 경북 동해안 업체들의 귀와 눈이 닫힐 것이라는 우려도 있다. 현재는 포항본부가 매월 지역의 금융·실물·수출입·여수신규모·어음부도율 등 경제 동향을 파악, 공개하는 한편 자료를 정리해 기업들에 제공하고 있으나 폐쇄되면 그런 서비스가 중단된다. 포항상의는 대구경북본부에서 역할을 한다고 하겠지만 직원 한 두 명 더 증원시키는 것이 고작일 것으로 내다봤다.
시중은행들도 불편이 불가피해진다. 시중은행은 기능상 한국은행과 의논해야 할 부분이 적잖다. 그러나 폐쇄되면 일일이 대구를 왕래해야 해, 앞으로 금융기관이 포항지역 진출을 꺼려하는 요소로도 작용할 전망이다. 또 시중은행들은 기업 대출시 한국은행 포항본부로부터 특별저리자금을 받아 일정 부분의 영업이익을 취하기도 했으나 이런 메리트도 기대하기 어렵게 된다.
포항.최윤채기자 cychoi@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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