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약과 도박 "결국 파멸의 길로"

입력 2006-07-28 09:17:08

마약과 도박의 쾌락 속에는 불행이 잠복해 있음을 누구나 안다. 그럼에도 사람들은 좀처럼 마약과 도박의 유혹에서 헤어나지 못한다. 대구지방 검찰청 마약 수사관과 경찰들로부터 마약 투약자와 도박꾼의 쾌감과 파멸에 대해 들어보았다.

◇마약 중독자 김모(40대) 씨

필로폰을 투약하면 행복하다. 하루 종일 굶어도 배고픈 줄 모른다. 필로폰을 투약한 상태에서 성관계를 맺으면 쾌감을 극대화할 수 있고 시간도 길어진다. 남녀 두 사람이 함께 필로폰을 투약하면 10시간 이상도 쾌감을 지속할 수 있다.

필로폰 투약자들은 대체로 마음이 여린 사람, 술을 못 마시는 사람들이라고 하는데, 나도 그렇다. 스트레스를 풀 때가 없고 유혹에 약하니 마약을 하게 된 듯 하다. 필로폰을 해도 별로 만족스럽지 못한 사람들도 있다. 그런 사람들은 한두 번 필로폰을 하다가도 그만둔다. 재미가 없으니까.

필로폰의 유혹은 막강하다. 수감되거나, 재활치료를 받아보지만 눈앞에 필로폰을 갖다 내밀면 뿌리치기 힘들다. 그 강렬한 쾌감을 맛본 사람은 감히 뿌리치지 못하는 것이다. 그래서 재범률이 가장 높은 범죄가 마약투약이라고 한다. 필로폰은 쾌락을 주지만 주변의 모든 것을 의심하게 만들기도 한다. 환청이 들리기도 하고, 누군가가 쫓아오는 듯도 하다. 그래서 필로폰 투약자들 중에는 불안을 이기지 못해 스스로 자수하는 사람도 많다.

나는 마약을 투약한 상태에서 아내를 두들겨 패서 죽였다. 아내도 마약에 취한 상태였는데, 아무리 패도 아내는 웃었다. 아마 아픈 것도 몰랐을 것이다. 그렇게 두들겨 팼더니 죽고 말았다. 살인까지는 아니더라도 마약 중독자들은 대부분 건강을 망치고 가정을 망친다.

◇도박 중독자 이모(40대) 씨

처음 도박에 맛을 들인 것은 호텔 잭팟 기계에서였다. 몇 번 따기도 했고 잃기도 했다. 도박의 기쁨은 무엇보다 스릴에 있다. 액수가 높아질수록 스릴은 커졌고 결국 빚을 내기에 이르렀다. 돈을 잃고 나니까 본전 생각이 났다.

그래서 이리저리 아는 사람에게 얼마씩 빌렸고, 그 돈을 기계가 삼켰다. 빚이 점점 늘어나자 견딜 수 없었고, 그 사실을 안 아내가 꽤 큰돈을 갚아주었다. 그 이후 손을 떼려고 했지만 눈앞에서 기계가 지워지지 않았다.

몇 번 더 돈을 잃고 아내와 이혼 직전까지 갔다. 다시는 노름 따위는 않겠다고 애원하고 각서를 써서 달래고 무마시켰지만 카지노로 향하는 발목을 잡을 수는 없었다. 조금 따기도 했는데, 더 따려고 하다가 결국은 모조리 잃기 마련이었다. 본전만 하면 그만두겠다고 다짐했지만 본전은커녕 밑 빠진 독에 물붓기였다.

늦은 밤이나 어스름한 새벽에 집으로 들어가면 아내와 싸웠다. 싸움은 점점 잦아졌고, 내가 집으로 들어오면 아내와 아이들은 옆방으로 도망가 문을 잠갔다. 그러면 더욱 화가나 문을 두들기거나 의자로 문을 부수기도 했다. 아이들은 나를 보면 두려워 떨었고, 아내는 울거나 화를 냈다. 우리 가족은 무일푼이 됐고, 나는 내 가족은 물론이고, 부모형제, 친구들에게도 신뢰를 잃고 말았다.

만약 당신이 도박장에서 돈을 땄다면 딱 하루 운이 좋았던 날이라고 보면 된다. 혹시 지금 당신이 돈을 많이 잃은 상태라면 지금이 가장 적게 잃은 상태라고 보면 정확하다. 도박에 본전은 없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 도박의 쾌감은 파멸을 향해 달리는 기차표일 뿐이다.

조두진기자 earful@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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