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르포 낙동강] 외래 어종과 토착 어종

입력 2006-07-28 08:50:55

'모두 강태공 탓인가?'

지난 12일 대구시 동구 안심습지옆 금호강. 그곳에서 만난 40대 초반 낚시꾼은 "배스를 잡으면 개 밥으로 준다"고 했다. 토종 물고기를 싹쓸이하는 외래어종인 배스에 대한 원한(?)을 이런 방식으로 푼다는 것.

"가끔 수경을 쓰고 물속으로 들어가면 그 많던 붕어와 꺾지는 보이지도 않고 배스 한 두마리만 왔다갔다 합니다. 배스가 괘심할 수밖에요. "

토종어류를 마구 먹어치우는 블루길과 배스는 강태공들이 전국적으로 확산시켰다는게 정설이다.

당초 배스는 1963년 미국에서 새끼 500마리를 들여와 키우다 청평 조종천에 시험 방류됐다. 그 새끼들은 강한 포식성을 보이면서 수십년 후에는 전국의 강을 지배하는 어종이 됐다.

강태공들이 그 배스를 이강 저강에 풀어놓았다. '손맛' 때문이다. 힘이 좋은 배스가 낚시 바늘을 물고 늘어졌을 때 낚싯대로 전해오는 그 짜릿한 맛을 느끼기 위해서다.

블루길은 1969년 일본 오사카에서 수입된 것이 처음이고 그후에도 여러번 들여와 호수나 강에 방류됐다. 배스와 함께 낚시꾼들이 손맛을 느끼는 놈이다. 일부 강태공은 이놈 만큼 멋들어지게 줄을 잡아채는 국산종이 없다는 평가를 내린다.

그러나 요즘들어 배스와 블루길은 강태공들에게 예전만한 인기를 누리지 못하고 있다. 생태계 교란의 주범이라는 여론도 만만찮은데다 덩치만 클 뿐 맛이 없기 때문이다. 실컷 잡아봐야 제대로 먹을 수 없다면 헛일이다. 배스의 경우 고추장을 발라 석쇠로 구워 먹으면 그럭저럭 먹을만 하지만 토종의 맛과는 비교할 수 없다.

낙동강의 신흥 포식자로 떠오른 끄리는 토종답게 담백한 맛으로 낚시꾼들을 즐겁게 한다. 소금구이나 튀김요리에도 좋아 루어낚시꾼에게 인기가 있다.

근데 재미있는 것은 배스와 블루길을 이제는 우리 물고기로 다루자는 주장이 적지 않다는 점이다.(강원대 권오길 생물학과 교수 등) 한국의 하천에서 수십년 이상 살아온 물고기의 실체를 인정해야 한다는 논리다. 이는 강한 포식성을 갖고 있다고 해도 자연이 어련히 알아서 해결해줄 것이라는 낙관론에서 비롯된 것인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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