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내가 그랬나 봐"…319일 옥살이
"피고인 김xx, 살인 혐의 무죄!"
친구를 흉기로 찔러 살해한 혐의로 26일 법정에 선 김모(17)군은 재판장이 무죄를 선고하며 재판봉을 두드리자 지난 1년 간의 악몽을 떠올리며 흐느꼈고 방청하던 어머니 김모(40)씨는 그간의 감정을 억누르지 못해 그 자리에서 실신했다.
그가 평범한 고등학생에서 '살인범'으로 몰려 구치소에서 황금 같은 청춘을 날리게 된 '악몽'은 지난해 9월 시작됐다.
같은 학교 동급생인 한모(당시 16세)군이 그해 9월7일 밤 주택가에서 흉기에 찔려 숨진 채 발견되자 그가 용의자로 지목된 것.
용의자로 지목된 이유는 숨진 한군이 평소 "김군을 한번 손봐줘야겠다"는 말을 학교에 퍼트리고 다녀 그가 한군에게 앙심을 품고 있었다는 다른 동급생의 증언 때문이었다.
사건이 일어난 밤 김군은 평소처럼 학원 수업이 끝나자 만화책을 빌려 집에서 만화책을 보다가 잠이 들었다고 한다. 그 시각에 길에서 살인을 저질렀다는 경찰의 말은 청천벽력 같은 소리였다.
김군은 9월9일 오토바이를 훔친 혐의로 경찰에 긴급체포된 뒤 살인 혐의를 조사하는 경찰에 "사건 당일 피해자를 본 적도 없고 범행을 저지르지 않았다"고 자신의 결백을 강력히 주장했다.
하지만 사흘 뒤 "한군을 혼내주기로 마음먹고 그를 뒤따라가 한군과 시비를 벌이다 배를 흉기로 찌르게됐다"고 자백했다.
그는 "출입이 차단된 공간에서 조사를 받으며 경찰관이 뺨을 5~6대 때리고 툭하면 머리를 치는 등 무서운 분위기에서 '다른 용의자가 너를 지목하고 있다', '사망자의 112 신고 녹음에서 네 이름이 나온다'고 윽박질러서 허위 자백했다"고 주장했다.
어머니가 면회가서 "왜 하지도 않은 일을 했다고 말했느냐"고 물었을 때 그는 "엄마, 사람들이 다 나보고 했대. 내가 그랬나 봐"라고 말할 정도로 한때 자포자기 상태에 빠져있었다.
그러다 그달 16일 열린 현장검증에서 그는 "이 곳에 와본 적이 없다"고 범행을 부인하며 진술을 번복했지만 경찰과 검찰은 그의 주장을 무시한 채 구속했고 1심 판결이 날 때까지 한창 공부해야 할 고교 시절에 319일을 미결수로 구치소에서 지내야 했다.
그러나 법원은 "경찰이 피고인에 대해 강압수사를 한 점이 인정돼 자백을 신뢰할 수 없고 목격자 진술도 객관적 사실에 맞지 않는 등 살인 혐의를 입증할 증거가 없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김군을 자유인으로 되찾은 가족은 "잘못된 수사로 인해 받은 고통에 대해 법적 대응을 모색하겠다"며 검.경찰의 잘못된 수사관행에 분노를 감추지 못했다.
김군 변론을 맡았던 강지원 변호사는 "사법절차에서 미성년자와 어린이를 보호해야 할 경찰이 스스로 이를 파괴한 사건으로 김군이 입은 상처는 이루 말할 수 없다"며 경찰의 각성을 촉구하고 담당자 문책을 요구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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