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수노조 허용, 노조 전임자 임금 지급 금지 등 내년부터 시작되는 '노동계 빅뱅'을 앞두고 노동계가 변화조짐을 보이고 있다.
금속노조라는 초대형 산별 노조가 출범한 가운데서도 일부 단위노조는 오히려 산별노조를 탈퇴하는가하면, 대형 산별노조가 권위적이라며 이른바 '소형 산별노조'가 출범하는 등 일방향의 노동계가 다방향성 양상을 보이고 있는 것.
노동 전문가들은 이와 관련, 국내 노동계에 다극화·분권화의 조짐이 나타나고 있는 것으로 풀이하고 있다.
절삭공구 제조업체인 다국적 기업 대구텍 노동조합은 24일 조합원 투표(찬성률 81.47%)를 통해 산업별 노조인 '금속노조' 탈퇴를 결정했다. 지난 2004년 7월 금속노조에 가입했던 이 회사 노조는 2년만에 기업별 노조로 다시 전환했다.
대구텍 노조는 "산별노조 가입 단위노조의 근로조건이 회사별로 다른 데 산별노조라는 일괄교섭으로는 여러가지 한계가 나타났다."며 전환 이유를 밝혔다.
최근 현대·기아차 등 대기업 노조가 금속노조 가입으로 산별체제 전환을 가결해 초대형 노조인 금속노조가 만들어졌다. 하지만 노동계 내부에선 대기업 노조 상당수가 근로조건이 다른 산별노조 산하 중소기업과의 근로조건 격차를 이유로 이탈 움직임이 적잖은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산별노조 탈퇴는 대형병원 종사자들로 구성된 '보건 의료노조'에서 처음 나타났다.
지난해 말과 올 초 전국보건의료노조 소속 10여 개 병원노조가 보건의료노조의 관료주의 및 조직운영 방식 등을 고쳐야 한다며 집단 탈퇴한 것. 대구의 경북대병원과 경산 경상병원, 포항·경주 동국대병원, 포항 선린병원 등의 노조도 가담했다.
탈퇴 병원노조들은 9월 1일 출범을 목표로 민주노총 공공연맹 산하 소산별(小産別) 노조 결성을 추진중이다. 조합원 800여 명의 경북대병원은 지난 21일 총회에서 투표율 85.9%, 찬성률 82.8%로 가칭 '공공연맹보건산업의료노조' 가입을 가결했다.
공공연맹보건의료노조는 전국 7개 본부 형태로 운영되며, 지역에서는 대구·경산, 포항·경주 2개 본부가 들어설 예정.
대구경영자총협회 회원사 관계자는 "대기업, 중기업, 소기업 차이가 뚜렸한 국내 기업 환경에서의 산별노조는 '무늬만 산별노조'"라며 "중앙 산별노조, 지역본부, 기업 등 교섭창구가 너무 다양해 임금 및 단체교섭 기간이 길어지는 등 노사 모두 피로한 상황"이라 했다.
이와 관련, 정우달 민주노총 대구본부장은 "노동운동의 힘 결집을 위해 민주노총은 거대 산별노조를 지향해 왔다."며 "사용자에 맞설 강력한 결집체가 있어야 한다는데 노동자 대다수가 공감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상준기자 all4you@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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