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가 들려주는 옛 이야기)바람에 거미줄이 끊어져도

입력 2006-07-25 07:07:35

옛날에는 정말 거미가 많았단다. 시골에 가면 바람이 부는 길목마다 으레 거미줄이 쳐져 있었지. 그런데 요즘은 농약을 많이 쳐서 그런지 거미들을 잘 볼 수가 없게 된 것 같더구나.

옛날 영국에 알프레드라는 현명하고 훌륭한 왕이 살고 있었지. 우리 나라도 옛날에는 고구려, 백제, 신라로 갈라져 있었듯이 영국도 잉글랜드, 아일랜드, 스코틀랜드니 해서 여러 작은 나라로 나누어져 서로 다투곤 하였단다.

그런데 알프레드 대왕은 안에서 싸우기보다는 바다 밖 다른 나라를 물리치는데 더 많은 노력을 했지. 그래서 사람들은 그를 대왕이라고 부르며 칭송한단다. 우리 나라에도 광개토 임금, 세종 임금 등을 특별히 대왕이라고 부르며 존경하듯이….

알프레드 대왕이 청년 시절일 때의 일이란다. 당시 이웃나라인 덴마크의 데인 족이 자주 쳐들어와서 싸움을 많이 해야 했지.

그러던 어느 해, 알프레드 왕은 크게 지고 말았단다. 데인 족이 여러 길로 나누어 쳐들어와서 몇 날 몇 밤을 계속 괴롭히는 바람에 알프레드 군사들은 잠도 자지 못한 채 이쪽 저쪽으로 나누어 싸우다 보니 그만 중심 전력이 흩어지고 만 것이지.

"아, 수많은 부하들을 잃고 나 혼자서 어떻게 돌아간단 말인가? 나도 죽어야 해."

알프레드 왕은 자기의 배를 찌르려고 했지. 그러자 옆에 있던 몇몇 부하가 얼른 알프레드 왕의 팔을 붙잡으며 말했대.

"임금님, 임금님이 이 세상을 떠난다면 남아있는 사람들은 영원히 데인 족의 종이 되고 말 것입니다."

이 말에 알프레드 왕은 할 말을 잊었지. 그리하여 근처 농가 헛간으로 피신하였단다. 비는 쏟아지고 바람은 심하게 불어왔지.

'아, 나 혼자 이 무슨 처량한 신세란 말인가? 모든 것이 끝났어.'

알프레드 왕은 머리를 감싸쥔 채 고개를 떨구었대.

그 때였어. 거미 한 마리가 문설주에서 내려오더니 줄을 치는 것이었어. 그런데 그 거미줄은 바람에 날려서 자꾸만 끊어지고 말더래. 그런데도 그 거미는 중단하지 않고 계속 거미줄을 치더라는 것이야. 어떤 때에는 거미도 바람에 날려 땅바닥에 내동댕이쳐졌는데 또 기어 오르더래. 오후 내내 실패를 거듭하던 거미는 마침내 저녁 무렵에야 줄을 치는데 성공하였지.

그러자 알프레드 왕은 무릎을 치며 일어섰대.

"그래, 저렇게 작은 거미도 수많은 실패를 한 끝에 다시 일어서는구나. 나도 이렇게 주저앉아 있을 수만은 없다. '실패는 성공의 어머니'라고 하였다."

알프레드 왕은 다시 일어나 군사들을 모으고 마침내 데인 족을 쳐부수었지. 데인 족은 승리의 기쁨에 취하여 방비를 허술하게 하는 바람에 알프레드 왕은 적은 군사들로도 이겨낼 수가 있었지.

어때, 아무리 작은 거미에게도 이처럼 배울 것이 있단다.

심후섭 아동문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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