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예술의 생리는 숲과 같다. 숲은 스스로 아름답다. 빛과 향과 어떤 靈性의 幽玄함이 우주의 리듬을 춤추는 곳, 그곳이 숲이며 그것이 스스로 아름다운 숲의 정체이다. 숲이 없는 삶의 공간, 그 불모의 나날을 상상해 보라. 마찬가지로 문화 예술은 영혼의 그린벨트이다. 그린벨트를 모두 해제해 보라. 영혼은 안식할 곳이 없고 삶의 품위는 끝없이 추락한다. 문화란 인간을 인간이게 하는 최소한의 근거이고 예술이란 꿈의 실현을 추동하는 최대한의 에너지이다.
따라서 문화 예술의 생리에 대한 바른 이해 없이, 문화 예술의 효용과 가치와 존재 이유에 대한 투철한 인식 없이 문화 예술 육성을 이야기하는 것은 우습다. 다음 몇 가지 생각이 지역 문화 예술을 육성하는데 참고가 될지 모르겠다.
첫째, 문화 예술에 관한한 서울은 더 이상 중앙이어서는 안 된다. 대구 문화의 중심은 대구이고 울릉도 예술의 중심은 울릉도이다. 자신이 발 디딘 땅이 삶의 중심이며 자신의 문화 예술적 노력이 역사의 한 가운데임을 확신하는 자존심이 있어야 한다. 문화의 主/從이란 의식과 가치의 주와 종을 뜻한다. 가장 지역적인 문화가 한국적이고 가장 한국적인 것이 세계적인 문화에 이른다. 문화의 자치 없이 삶의 자치는 없다. 진정한 지방자치는 문화자치에 의해 비로소 완성된다.
둘째, 그곳 토양에 가장 알맞은 수종을 선별해야 아름다운 숲을 이룰 수 있듯이 그 지역 풍토와 풍속에 가장 알맞고 가장 필요한 육성 분야, 혹은 육성 대상을 바르게 선별해야 한다. 알맞고 필요한 대상이 선정되면 집중적으로 지원할 필요가 있다. 나무가 자라는 것이 눈에 보이지 않듯이 문화 예술의 육성 또한 그와 같다. 지원에는 물질적 지원과 정신적 지원, 질적 지원과 양적 지원을 함께 고려해야 한다. 자존심을 먹고사는 사람이 예술가라고도 하지만 궁하면 자존심마저 팔지 않으면 안 될 세태가 돼버린 지 오래이다. 예술가들에게 혹은 문화 운동가들에게 자존심을 잃지 않고 영혼을 불사를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 주어야 한다. 그 지역의 르네상스는 돈으로 환산할 수 없다. 예술의 가치는 계량화되는 것이 아니다. 문화 예술의 창달은 그 지역의 자존심의 창달과 맞물린다. 자존심의 부가가치는 대단히 큰 것이다.
셋째, 세상에 존재하는 것은 그것이 무엇이든 제 나름의 존재이유가 있고 제 나름의 몫이 있다. 문화 행정가는 행정이 제 몫이고 예술가의 몫은 훌륭한 작품을 만드는 게 제 몫이다. 기업인을 밀쳐 두고 시인에게 돈 벌어오라는 어리석은 일을 저질러서는 안 된다. 육성 대상을 제대로 선정하기 위해서는 제대로 안목을 갖춘 선정위원을 모시는 일이 대단히 긴요하다. 특히 관에서 주관하는 이러 저러한 賞의 경우, 문화 예술 행정 책임자의 선정 등의 경우 뒷맛 개운한 적이 언제 한 번 있었던가.맑은 영혼의 그린벨트를 제대로 간직한 그 분야의 고고한 전문가를 모시는 일에 각고의 노력이 선행되어야 한다. 약방의 감초는 경계해야할 제1의 항목이다. 산삼이 어디 그리 눈에 잘 띄던가. 맹수는 깊은 곳에 숨어사는 법이다.
마지막으로, 60년대를 풍미했던 한 시인은 다음과 같은 말을 했다. "무식한 위정자들은 문화도 수력발전소의 댐처럼 건설하는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는 것 같지만, 최고의 문화정책은 내버려두는 것이다. 그러면 된다. 그런데 그렇지를 않는다. 간섭을 하고 위협을 하고 탄압을 한다. 그리고 간섭을 하고 위협을 하고 탄압을 하는 것을 문화의 건설이라고 생각하고 있다."(김수영)
적어도 문화 예술 행정을 하는 분이라면 위의 독설을 읽을 줄 알아야 한다. 내가 앞서 숲은 스스로 아름답다고 했을 때 는 단순한 수사가 아님을 눈치 챈 사람은 문화 예술 행정 책임자의 자격을 갖추었다 믿어도 된다.
강현국(시인, 대구교대 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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