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여름 쉼터 신천·금호강…'하루 중 언제라도 GO∼'

입력 2006-07-22 08:51:05

대구의 신천과 금호강에 수달이 살고 있다는 소식은 더 이상 뉴스거리가 아니다. 지난 12일 대구시가 아시아태평양환경개발포럼(APFED) 환경상 은상을 받은 것도 놀랄 일이 아니다. 이미 신천과 금호강은 대구시민들 곁으로 바짝 다가와 있었기 때문이다. 누가 어떻게 신천을 호흡하고 또 어디서 무엇을 즐길 수 있을까. 여름 새벽부터 밤까지 신천과 금호강 둔치에 시선을 집중시켜 봤다.

▶새벽이 즐겁다

장미진(50·여·대구시 수성구 범어3동) 씨는 5년 전부터 매일 아침을 신천에서 연다. 아침마다 생활체조에 참가하기 위해서다. "아침 일찍 꾸준히 체조를 하다 보니 오전 5시만 되면 자연스레 눈이 떠져요. 40~50분 체조를 하고 나면 항상 상쾌한 기분으로 하루를 시작할 수 있죠."

그녀가 체조를 시작한 지는 20년 전부터. 무거운 것을 들다 갑자기 허리를 삐걱한 것이 발단이 됐다. 병원에도 가보았고 좋다는 한약도 다 먹어봤지만 헛수고. 그러던 와중에 장 씨의 귀에 들어온 것이 두류공원에서 생활조기체조를 한다는 소식이었다. 단순히 운동을 해봐야겠다는 생각에 몇 차례 참가한 장 씨는 의외의 결과에 놀랐다. 허리가 거짓말처럼 낫게 된 것이다. "제겐 생활체조가 체질인가 봐요. 이후로 다른 실내 운동도 여러 가지 경험해봤지만 답답하고 눈에 잘 안 들어오더라고요."

장 씨는 체조를 하기에 신천만한 곳이 없다고 자랑했다. "냇가라 산책하기도 좋고 도심에 있는데도 공기가 무척 신선해요. 5년 전 이곳에서 체조를 시작할 때보다 잔디나 주위 시설도 잘 정리가 돼 있고요." 장 씨는 생활체조를 하는 사람들 가운데 심장이 약했거나 만성 두통을 가진 사람들이 꽤 있었다고 한다. 물론 지금은 모두가 나았다. "주위 사람들이 신천에서 운동하는 사람들은 복 받았다는 이야기를 많이 해요. 그래서 저도 행복해요."

▶한 낮도 즐겁다

아침 운동을 하는 사람들로 한바탕 요란을 떤 신천은 낮이 되면 여유를 즐기려는 할아버지, 할머니 차지가 된다. 그 가운데 백노흠(83·대구시 중구 대봉1동) 할아버지를 만났다. 여든이 넘은 나이에도 쟁쟁하기만 한 백 할아버지는 "아마도 물 좋고 공기 좋은 신천에서 늘 기분좋게 게이트볼을 친 덕분일 것"이라고 너털웃음을 지었다.

백 할아버지는 7년 전 노인대학에서 게이트볼을 처음 접하곤 이내 그 재미에 빠졌다. 신천에선 5년 전부터 또래 노인들과 게이트볼을 즐기고 있다. "보통 아침을 먹자마자 신천으로 발길을 옮겨요. 오전 11시만 되면 게이트볼 장엔 비슷비슷한 나이의 노인들이 즐비합니다." 백 할아버지가 자주 찾는 곳은 대봉교 밑 게이트볼 장. 10개의 코트로 이루어진 이곳은 대구 도심에서 가장 넓은 게이트볼 장이다. 그늘이라 한여름 땡볕에도 별 걱정없이 게이트볼을 즐길 수 있다.

"게이트볼을 치면 사심이 없어져요. 무리하지 않으면서 자연스레 운동도 되고요. 굳이 다른 운동을 할 필요가 없죠." 백 할아버지의 게이트볼 예찬론은 계속된다. "보통 경로당 가면 고스톱이나 바둑을 두는 게 전부지만 이곳에 나오면 운동도 하면서 수다도 떨 수 있죠." 비용도 점심값 5천 원만 있으면 되니 경제적이다. 백 할아버지는 "신천이 없었다면 생활 자체가 너무 무료하고 심심했을 것"이라고 전했다.

▶밤이 더 즐겁다

어둠이 깔리기 시작하면 신천은 더욱 다양한 표정을 짓는다. 운동족을 비롯, 산책족, 데이트족, 나들이족 등 갖가지 사람들로 채워진다. 자영업을 하는 정모락(47·대구시 수성구 수성4가) 씨는 신천에서 마라톤을 즐기는 운동족이다. 이곳에서 마라톤을 즐긴 지는 5년째. 이젠 신천을 즐기는 사람들 가운데 당당한 일원이다.

정 씨는 40대에 들어서면서 한없이 늘어나는 몸무게를 경험했다. 젊었을 때 70㎏이던 그의 몸무게는 83㎏까지 불었다. 중년의 위기감을 느낀 그는 다짜고짜 운동화를 사들고 이곳으로 내달렸다. 하지만 당시 1, 2㎞만 달렸는데도 무거워진 몸 탓에 발목에 무리가 갔다. "7개월 정도 혼자서 마라톤을 하니까 너무 힘들더라고요. 몇 개월 정도 쉬었죠. 그러다 여러 사람이랑 같이 할까 해서 4년 전에 대구마라톤클럽에 가입했어요." 그러자 전에 몰랐던 마라톤의 매력을 느끼게 되었다. 함께 뛰니까 재미도 있고 운동 효과도 더 높아지더라는 것. 일주일에 세 차례씩 꾸준히 한 덕분에 정 씨의 몸무게는 1년 새 10㎏이 빠졌다.

이젠 신천에서의 마라톤에 이골이 났다. 오후 7시만 되면 동신교에 모여 뜀박질하는 것이 자연스런 생활이 됐다. 정 씨 또한 신천 예찬론을 아끼지 않았다. "자동차 걱정 없는데다 수풀과 물이 어우러져 운동하기엔 무엇보다 좋은 환경이죠. 쉼터와 운동시설도 곳곳에 있고 무엇보다 우리같이 운동하는 사람이 많아 운동할 수 있는 분위기가 잡혀 있잖아요."

전창훈 apoloni@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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