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코 점거' 긴박했던 순간들

입력 2006-07-21 10:27:41

경찰과 건설노조 집행부는 20일 하루 동안 숨막히는 고비를 넘나들었다. 최종적으로는 지도부 검거, 일반 노조원 자진해산 형식이었지만 마무리되기 전까지는 시시각각 상황이 변해 누구도 예측이 어려웠던 것. 경찰과 노조가 벌인 심리전 등 긴박했던 순간을 경찰과 점거했던 노조원들의 증언을 종합해 재현해 봤다.

농성 노조원들은 20일 오후를 지나면서 극도로 흥분하기 시작했다. 청와대에서의 강경방침이 전해지면서 강제진압이 임박했다고 느꼈던 것. 상당수가 술렁이기 시작하자, 지도부와 민노총은 21일 오전 10시 기자회견을 통해 중대사안을 밝힐 것이 있다며 노조원을 설득했다. 다시 가라앉은 노조원들은 분회(각 층)별로 토론을 가졌다. 그러나 노조원들은 내려가겠다는 것이 대세였고, 오후 8시까지 해산여부에 대한 해답을 지도부에 요구했다. 오후 7시55분 노조원 앞에 나타난 이지경 위원장은 "동지들 미안하다."며 사실상 패배를 첫 언급했고 오후 8시부터 비상계단에 설치해 둔 바리게이트가 철거되기 시작했다.

그러나 10여분 만에 다시 원점으로 돌아가고, 문은 다시 닫혔다. '내려가면 모두가 구속된다'는 말이 나돈데다 포스코가 피해 보상을 청구하지 않겠다는 약속을 않아 노조원 모두가 소송에 휘말릴 수 밖에 없다는 소문이 나돌았던 것.

당황한 경찰은 이때부터 심리전으로 들어갔다. 이성억 포항남부경찰서장은 오후 8시50분부터 세차례에 걸쳐 "서장으로서 약속을 드린다. 일반노조원은 전원 귀가 시키고, 지도부만 경찰 조사를 하겠다. 지도부의 말 믿지 말고 가족품으로 돌아가라."라며 사내 방송을 내 보냈다. 오후 11시 마지막 방송이 나간 30분 후 첫 이탈 대열이 1층으로 내려왔다. 이후 이탈은 새벽 4시까지 계속됐다.

일반노조원들이 거의 빠져 나간 4시 10분쯤 서울기동타격대를 선두로 5층으로 올라간 경찰은 한층 한층씩 접수하며 남아있던 130여명을 차례로 연행했다. 노조지도부가 있던 9층의 문은 21일 새벽 4시25분쯤 이성억 서장이 열었다. 지도부 9명은 저마다 각자 책상 앞에 앉아 있었다. "이지경이가 누구요?"라며 이 서장인 묻자 이 위원장이 고개를 끄덕였고, 경찰은 모두를 체포했다. 이 위원장 등은 이후 간단한 조사를 받았고, 오전 6시11분쯤 경찰에 둘러싸여 포스코 본사 1층으로 내려왔다. 사진 기자들의 카메라 플래시가 터지자 이 위원장은 오른손을 들고 '투쟁'이라고 단 한 마디를 했으나 이내 호송차에 태워졌다. 포스코 점거 9일 사태가 마감되는 순간이었다.

포항·최윤채기자 cychoi@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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