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제대금을 동전으로 주다니…" 할 말 잃은 하청업체

입력 2006-07-20 10:07:10

19일 오후 8시 대구 달서구 성서공단내 한 기계부품업체. 결제대금을 받으러 온 하청업체 사장 김모 씨는 '동전 자루' 앞에서 할 말을 잃어 버렸다.

원청업체가 잔여 대금 175만 8천 원을 100원짜리와 50원짜리 동전으로 한 자루 가득 담아 줬기 때문. "정당하게 일하고 받는 돈을 꼭 이런 식으로 줘야 하는 겁니까?" 100kg은 넘어보이는 동전자루 앞에서 김 씨는 망연자실했다. 장정 두사람이 간신히 동전자루를 리어카에 옮겨실었다.

6월 말 결제기한이 보름째 지연되면서 자금줄이 막힌 김 씨는 답답한 마음에 소송까지 마음 먹었으나 결제 해 준다기에 참고 돈 받으러 왔다가 이런 황당한 일을 겪은 것. 그는 "공장 운영 20년만에 이런 억울한 일은 처음"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원청업체 대표는 "우리도 하청인지라 원청업체에서 절반 밖에 못받았다. 오죽하면 동전을 줬겠느냐. 우리도 중간에 끼어 힘들다. 조금만 더 기다려 줬으면 이런 일은 없었을 것이다."며 이해를 구했다.

지난 2월부터 5월까지 생산라인 설치부품 제작을 김 씨에게 맡긴 원청업체는 결제대금 900만원 가운데 700여만 원을 중간 중간 지불한 상황. 원청업체 사장은 "동종업계에서 하청업을 하면서 돈이 돌지 않는 것을 이해해주지 않고 막무가내로 돈을 달라니, 분한 마음과 어려운 자금 사정 때문에 동전으로 잔금을 준 것."이라고 해명했다.

김태진기자 jiny@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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