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한 질주, 살아서 요동치는 트랙, 귀를 찢는 엔진굉음, 터질 듯 한 심장박동. 자동차 경주는 속도의 한계를 벗어나려는 인간의 의지와 스피드로 대입된 또 다른 삶에 대한 욕망이 표출되는 현장이다. 정해진 룰을 따라야하는 사람들에게 속도의 한계에서 벗어난 스피드는 일탈의 짜릿함과 동시에 위험천만함이 주는 스릴의 쾌감으로 무언가 확 터져 나가는 해방감을 안겨준다.
20일 나란히 개봉하는 영화 '카'와 '패스트&퓨리어스:도쿄 드리프트'는 이런 속도와 경쟁을 영화의 소재로 끌어들였다. 그러나 두 영화가 풀어가는 이야기 방식에는 차이가 있다.
◇카
속도와 경쟁이 승부의 관건인 카레이싱에서 오히려 느림의 미학을 강조한다. 영화는 인생의 목표가 우승과 명성뿐인 매퀸이 스프링스 마을에서의 경험을 통해 인생관을 바꾸는 과정을 그렸다. "인생이라는 경주에서 중요한 건 목적지가 아닌 과정"이란 매퀸의 대사처럼 삶의 교훈을 풍성하게 녹였다.
우승만 아는 오만한 젊은 레이싱 카 라이트닝 매퀸은 메이저 자동차 경주대회인 피스톤컵 대회에 참석차 캘리포니아로 가던 도중 길을 잃고 66번 도로변에 위치한 시골 마을 래디에이터 스프링스에 머물게 된다.
마을로 진입하면서 도로를 엉망으로 만든 매퀸은 마을주민들(자동차)의 강압으로 도로를 수리하게 된다. 건성건성 도로 복구를 하며 떠날 궁리만 하던 매퀸은 도로 보수를 시키는 쭉쭉빵빵 샐리 카레라(2002년식 포르셰)와 레이싱계의 전설적인 존재인 닥 허드슨(1951년식 허드슨 호넷)을 만나면서 서서히 삶의 의미를 깨달아 간다.
마을의 도로를 깔끔하게 보수하고 대회에 참석한 매퀸, 영화는 극적인 역전승 쪽으로 이야기를 몰아가지만 오히려 조용하고 덤덤한 반전으로 감동을 극대화시킨다.
자동차를 의인화한 '카'는 영화 상영 내내 화면 가득 살아 움직이는 자동차들을 만날 수 있다.
감독은 등장하는 주연, 조연 자동차마다 독특한 인격과 감성을 이입시키는 한편 유기농 연료를 파는 카페, 신발 가게처럼 보이는 타이어 가게식으로 하나의 완벽한 '살아있는 자동차 세상'을 만들었다. 사막과 레이싱 트랙을 질주하는 자동차들의 속도감과 관중석에 빼곡히 들어찬 자동차 관중들의 이미지는 실제 레이싱장에 와있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킬 정도다.
'토이 스토리', '벅스 라이프', '니모를 찾아서' 등을 히트시킨 픽사 애니메이션 스튜디오 신작으로 토이 스토리(1995년)로 아카데미 최우수 각본상을 수상한 존 라세터 감독이 연출을 맡았다.
◇패스트&퓨리어스:도쿄 드리프트
"중요한 건 자신이 정말 원하는 게 무엇인지 아는 거야 그리고 이뤄나가는 거지."
영화는 일본 도쿄를 배경으로 카레이싱을 즐기는 반항적인 청소년들의 우정과 갈등을 그린다.
특히 영화가 끝나고 올라오는 '고도로 훈련된 스턴트맨들이 펼치는 연기이기 때문에 절대 따라하지 마십시오.'라는 자막처럼 자동차들이 펼치는 현란한 레이싱 기술은 그것 하나로도 무료한 일상의 일탈을 꿈꾸는 관객들에게 대리만족을 전해준다.
불법 레이싱으로 스트레스를 발산하던 미국의 10대 아웃사이더, 숀 보스웰은 철창 신세를 면하기 위해 도쿄 소재 미군 부대에 근무하고 있는 아버지에게로 건너간다.
그곳에서 미국인 친구 트윙키를 만난 숀은 불법 레이싱 '드리프트'의 매력에 빠져들게 된다. 숀은 첫번째 레이싱에서 상대가 누구인지 모르는 상태로 DK, 즉 드리프트 킹과 맞대결 하지만 결국 지고 만다. 야쿠자 두목을 삼촌으로 둔 DK를 누르겠다는 집념으로 드리프트의 지하세계에 본격적으로 빠져든 숀은 우연히 만난 DK의 여자친구 닐라에게 마음이 끌린다. 그는 모든 것을 건 한판승부를 제안한다.
미국 LA와 마이에미에서 무대를 일본 도쿄로 옮긴 '도쿄 드리프트'(감독 저스틴 린)는 스피드를 다룬 전작들과 달리 시속 160km 이상의 속도에서 가벼운 차체와 얇은 타이어를 이용해 부드럽게 코너를 도는 '드리프트'는 레이싱 기술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박진감 넘치는 이 장면을 촬영하기 위해 제작진은 도요타사에서 제공한 타이어를 2천 개 가량 소비했고, 촬영에 쓰인 차량의 타이어는 20분마다 새 것으로 교체했다고 한다.
도쿄의 도심 한복판과 나선형 고층 주차장. 그리고 해변과 산악을 가로지르는 최악의 코스, 무엇보다 미쓰비시 랜서 에보, 닛산 페어레이디, 마쓰다 RX7, 포드 머스탱 등 이름만 들어도 마니아들의 가슴을 설레게 하는 세계 명품 스포츠카 250여 대가 보여주는 튜닝카의 위용은 눈길을 끈다.
최두성기자 dschoi@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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