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생생 여행체험] 보령 머드축제

입력 2006-07-19 07:32:15

한국에 온 지 10년만에 신나는 여행체험을 한 파키스탄인 아미르 헤만(37). 바닷가에서 온 몸에 진흙을 바른 것도 처음이었지만 외국인과 함께 징, 꽹과리를 치며 함께 어울려 지낸 것은 평생 잊지못할 추억을 남겨줬다.

연일 폭우가 쏟아붓던 지난 16일 대구여행자클럽(www.tour1144.com) 일행과 함께 충남 대천해수욕장 '보령 머드축제' 여행길에 올랐다.

온 나라가 비 피해로 난리였다. 하지만 머드 축제는 비가 조금 내리면 더 성황을 이루기 때문에 오히려 축제엔 좋은 날이었다. 파키스탄 역시 해안가가 있지만 진흙으로 온 몸을 마사지하고 해수욕을 즐기는 곳은 없기 때문에 도착할 때부터 흥미로운 듯 싱글벙글했던 아미르. 오전 11시쯤 대천 해수욕장에 도착, 수영복으로 갈아입고 곧장 해변으로 달려갔다. 입구에는 머드가 잔뜩 담긴 그릇을 둘러싸고 남녀노소 할 것 없이 온 몸에 바르느라 정신이 없었다. 그는 "미끌미끌한 느낌이 좋으며 온 몸에 머드를 바른 뒤 바다로 뛰어드는 기분은 짜릿함 그 자체다."고 즐거워했다. 참가자들 대부분은 피부비용을 위해 온 젊은 여성들. 그 틈에서 기분이 더 좋아진 아미르는 바닷물로 머드를 씻어내고 밖으로 나오다 뜻하지 않은 축제 현장과 맞닥트렸다.

머드축제가 열린 대천 해수욕장은 축제 참가자 2명 1중이 외국인일 정도로 다양한 인종이 모인 한국 내 국제적 명소. 특히 해수욕장 시민탑 광장은 한국인 풍물패가 흥겨운 소리를 연주하면 세계 각국에서 온 외국인들이 나와 한바탕 춤사위를 벌이고 직접 전통악기를 체험해보는 축제의 장이었다.

풍물패에서 징을 치던 악공이 그에게 악기를 건네주자 그는 기꺼이 축제 현장에 참여했다. 장단에 맞춰 징을 울리며 어설프지만 나름대로 한국 전통춤을 흉내내기도 했다.

구경꾼들이 워낙 많아 쑥스러워하던 차에 딸 아이를 안고 춤추러 나온 인도인을 만났다. 그는 춤을 추며 통성명을 하더니 곧바로 파키스탄 전통춤에 빠져들기 시작했다. 주변의 시선은 온데 간데 없고 둘은 한쪽 다리를 들어 서로 엮은 듯 빙글빙글 돌며 역동적이고 흥겨운 춤 한마당을 만드는데 한몫 했다.

10여 분간 신나게 춤을 춘 뒤 그는 "파키스탄에서는 축제 때가 되면 온 마을 주민들이 전통춤을 춘다."며 "한국 역시 흥을 아는 민족"이라고 엄지 손가락을 들었다.

한가지 아쉬웠던 것은 유료 샤워장의 폭리였다. 사용료 2천 원을 받으면서도 수건 대여료 1천 원, 비누 5백 원을 추가로 받아 바가지 요금이라는 인상을 지울 수 없었던 것.

아미르는 "1천 원 정도가 가장 적당한 가격"이라며 "관광지에서 바가지 요금은 빨리 없어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국여인과 결혼한 그는 아내와 함께 오지 못한 것을 못내 아쉬워했다. 돌아오는 길에 "다음번에는 꼭 아내와 함께 오겠다."고 다짐했다. "오늘은 한국에 온 뒤 가장 기쁘고 즐거운 날이었다."는 그의 표정에서 한국에 대한 따뜻한 애정이 묻어나는 듯 했다.

글.사진 권성훈기자 cdrom@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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