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성 조합원 "2천300명 시위…일주일치 식량 준비"

입력 2006-07-17 10:44:54

농성 건설노조 조합원 전화 인터뷰

포항지역건설노조원들의 포스코 본사 점거가 5일째를 맞고 있다. 건강이상 등으로 일부 노조원들이 자진해 건물 밖으로 나오고 있으나 대부분 조합원들은 강경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사옥을 점거중인 노조원들의 하루를 농성중인 한 조합원과 휴대전화 통화를 통해 알아봤다. 괄호안은 담당 기자의 부연설명이다.

-현재 몇 명 정도가 있나

△5층 700여명, 6층 500여명 등 모두 2천300여명 정도다. 나이든 노조원들은 안전을 고려 꼭대기 층을 중심으로 있다(진출입로와 가까운 하층은 이탈이 심하거나, 경찰 진입시 몸싸움이 어렵다는 판단에 의한 것으로 보임).

-가족들이 애타게 기다릴 텐데….

△현재는 단전조치가 되지 않아 휴대전화 충전(포스코가 각층에 설치해 놓은 충전기를 이용한다 함)이 가능, 언제든지 통화할 수 있다. 인터넷 등을 이용해서도 가족들과 자주 대화하고 있다.

-본사 사옥 점거로 포스코 업무 마비는 물론 시민들이 엄청난 불편을 겪고 있다.

△많은 노조원들이 미안한 마음을 갖고 있으나 공식적으로는 눈치가 보여 아무도 그 문제를 제기하지는 않는 분위기다.

-식사는 제대로 하나.

△점거당시 컵라면과 생수 등은 일주일 분을 준비했다. 아침, 저녁은 컵 라면을 주고, 점심은 빵을 지급한다. 16일 점심에는 김밥도 한 줄 받았다(이날 오전 가족들이 음식을 준비해와 경찰을 통해 전달했다. 경찰은 음식 전달에 앞서 담배와 술은 모두 제외했다). 17일부터 단수조치 된다면 생라면을 먹어야 할 것 같다. 솔직히 따뜻한 밥 한공기와 된장찌개가 그립다.

-농성자들의 건강은

△아픈 사람은 언제든지 나갈 수 있다. (그러나 건물 1층으로 내려오려면 엘리베이터를 타야 하는데 현재 집행부가 있는 10층에서만 엘리베이터 운행이 가능토록 해놨다. 다른 층의 엘리베이터 출입구 앞에는 바리게이트가 설치돼 있다. 이에 따라 7층에서 엘리베이터를 타려면 10층까지 올라가야 해 나오기는 쉽지 않다. 실제로 이탈자 수십여명은 엘리베이터가 아닌 화장실 내 배관을 타고 내려왔다.)

-하루를 어떻게 보내고 있나

△주로 TV를 보거나 낮잠을 잔다. 가끔식 윷놀이도 한다. 술, 담배는 이틀전부터 완전 동났다. 투쟁가를 부르는 등 교육도 한다.

-이탈자는 다음에 복귀하면 현장에서 일을 못하나

△제재하자는 입장이 더 많으나 결정은 안났고 논의중이다. 솔직히 건설노조원들은 일용직이어서 한, 두달하고 다음 현장으로 옮기는데 집행부와 시위 참가 노조원들이 틀면 일을 할 분위기가 못된다.(이러한 이유인지 시위에 참가 못한 일부 노조원들이 본사 진입을 시도하는가 하면 이탈자들은 경찰에서 '나도 먹고 살기 위해서 어쩔수 없이 참가했다.'고 말하기도 했다.)

포항.최윤채기자 cychoi@msnet.co.kr

최신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