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바람 안고 출범한 새 방송위

입력 2006-07-15 10:56:51

3기 방송위원회가 출범했다. 새로운 위원 9명은 3년 임기 동안 한국 公營(공영)방송 정책 전반을 좌지우지한다. 드라마 하나까지 이들의 손안에 있다. 일반 시청자에 직접적으로 영향력을 미치는 자리다. 당장은 임기가 끝났거나 곧 끝나는 KBS와 EBS 사장의 후임을 결정하고, MBC 대주주인 방송문화진흥회 이사와 감사를 임명한다. 이런 막중한 자리의 人選(인선)을 놓고 여야가 두 달 넘게 끌더니 그 결과는 '나눠 먹기'였다. 오로지 2007년 대선을 대비한 정파별 '자기편' 심기다. 방송위 노조가 튀며 어제 첫 회의부터 가로막은 이유다.

대통령과 열린우리당이 추천한 특정 언론 단체 출신 3명은 코드 인사 논란을 낳고 있다. 방송 산업에 대한 깊은 지식과 경륜보다는 정치적'이념적 성향을 앞세웠다는 지적이다. 한나라당 추천도 방송 쪽과는 무관하거나 親野(친야) 성향이 두드러져 보인다. 정치권은 방송 전문성이나 시청자 대표성을 고민하기보다는 자신들과의 정치적 이해관계를 최우선한 것이다. 이런 방송위가 건강하고 유익한 안방극장을 담보하고, 공정성 시비가 끊이지 않는 방송을 똑바로 세우는 데 적임인지 의문이다.

지금 방송계가 안고 있는 懸案(현안)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사업자 간 이해가 첨예한 지상파 DMB 방송권역 결정, 방송'통신 융합은 대표적 난제다. 방송위가 공정한 심판자 역할을 해도 시끄러울 문제들이다. 그런데 새 방송위는 지상파 출신이 다수(5명)를 차지해 편파성 시비를 부르고 있다. 노 대통령이 어제 방송사 利己主義(이기주의)를 강하게 비판한 것도 그런 우려 때문일 것이다.

방송위 노조가 성명을 내고 "정치권과 자본으로부터의 독립성과 방송 사업자에 대한 中立性(중립성)을 상실하게 한 최악의 인사"라고 반발하는 것도 그 때문일 것이다. 학계에서 방송의 산업적 경쟁력이 절실한 시기에 방송 정책이 정치적 이해득실에 따라 흔들릴 가능성을 걱정하는 것도 당연하다.

미국 연방통신위원회의 위원은 상원 청문회의 검증을 거칠 정도로 까다롭다. 聽聞會(청문회)는 대상자들의 방송 철학을 청취하고 개개인의 전문성을 철저하게 따지고 나서 임명 여부를 결정한다. 이들이 국민에 미치는 영향을 여느 정부 기구 못잖게 여기기 때문이다. 정치권이 떡 갈라 먹듯 한 것은 시청자를 가볍게 본 짓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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