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고부] N세대의 언어

입력 2006-07-15 10:57:57

言語(언어)는 사회와 시대의 달라지는 모습을 바로 반영한다. 바뀌는 속도가 빠를수록 그 변신도 빠르게 달라지게 마련이다. 요즘은 자고 나면 달라지는 세상이라 그런지 새로운 말들이 그 속도에 발맞춰 생겨난다. 국립국어원은 한 해에 적어도 400~600개의 새 낱말이 생겨난다고 밝힌 바 있지만, 단순한 유행을 넘어선 시대정신이나 그 哀歡(애환)을 떠올리고 있어 주목된다. 젊은 세대들에게는 더욱 그렇다.

○…'직찍' '스샷' '겨털' '슴가' '완소' '캐안습' '캐공감' '급질' '초섹시' '여친' '쌩얼' 'ㅇ ㅇ' 'ㄷ ㄷ'…. 이런 말들을 알아듣는 어른들이라면 N세대(Net Generation)에 다름없다고나 할까. 인터넷과 휴대전화 문자메시지가 생활의 중심에 자리매김하고 일상화된 N세대 사이에는 이같이 심하게 변형된 말들이 통용되지만, 어른들에겐 낯선 外來語(외래어)로 들리기 십상이다.

○…디지털 카메라로 직접 찍어 실은 사진을 '직찍', 컴퓨터 화면을 그림파일로 저장한 걸 '스샷', 겨드랑이 털은 '겨털', 가슴을 '슴가', 완전 소중하다를 '완소', 굉장히 안구에 습기 차고 눈물이 고이다는 '캐안습', 너무나 공감이다를 '캐공감', 긴급한 질문은 '급질', 매우 섹시하다는 '초섹시', 여자친구를 '여친', 화장을 하지 않은 얼굴을 '쌩얼', 응(긍정)은 'ㅇ ㅇ', 덜덜을 'ㄷ ㄷ'로 쓴다.

○…분명 한글 파괴일 뿐 아니라 엄청나게 歪曲(왜곡)된 文法(문법)이기는 하나 N세대에겐 상호 疏通(소통)을 간편하면서도 효율적으로 하기 위해 만들어진 말들이라는 점에서 간과할 수만은 없게 한다. 빠르게 뜻만 통하면 그만인 듯한 이들의 造語(조어)엔 '축약' '자음 연결' '순서 뒤집기' '새로운 접두사' '혼합형' 등이 예사로 구사되고 있다.

○…이들의 신조어는 편의성'표현 완화'전문화 등이 주요 배경이다. 사이버 공간이나 휴대전화 문자메시지가 이런 현상을 가속화하고, 젊은이들 사이에 널리 쓰이고 있기도 해 그 표현 욕구를 막기는 어렵다. 하지만 언어를 '견딜 수 없는 가벼움' 쪽으로 몰아가고, 한글을 지나치게 파괴하면서 문법까지 심하게 비틀어놓아 크게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우리의 말과 글은 날이 갈수록 아름답게 가꿔져야만 하지 않을까.

이태수 논설주간 tspoet@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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