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적인, 너무나 영국적인/박지향 지음/기파랑에크리 펴냄
보수적이고 전통을 중시하며 내성적 성향과 겸양의 미덕을 가지고 있다. 사상적으로는 실용주의와 공리주의가 그 특징이다. 영국인들을 두고 하는 말이다. 이는 오랜 세월 동일한 자연환경과 역사적 경험을 통해 만들어진 이미지다.
영국인들의 날씨에 대한 집착은 유별나다. 프랑스 사람들이 사랑을 하고 이탈리아 사람들이 노래를 부르고, 미국 사람들이 돈을 벌 때 영국인들은 날씨와 씨름한다는 말이 있을 정도다.
차지만 아주 춥지는 않고 따뜻하지만 너무 덥지도 않은 기후, 그리고 비가 자주 오지만 넘쳐흐를 정도는 아닌 강수량 등 언제나 비슷한 날씨. 어쩌면 이것이 영국인들의 가장 중요한 자질로 꼽히는 중용과 '폭풍이 몰아치지 않는 온화한 변화'를 가르친 것은 아닐까.
실제 영국인들은 어린 아이에게 말을 가르칠 때 "비야, 비야, 가버려라. 다음날 다시 오렴"이라는 노래를 가르친다. 이를 통해 일생동안 궂은 날씨에 야외활동을 못하게 되는 실망감에 대비하도록 하는 것이다.
날씨같은 항시적 요인뿐만 아니라 이상적 가치에 대한 노력이 국민성을 대표하는 이미지로 굳어진 경우도 있다.
영국 하면 흔히 '신사의 나라'를 떠올린다. 19세기 이전 영국의 중간계층 남성들은 어릴 때부터 영국 신사의 이상을 흠모하도록 교육받았다. 신사의 이상은, 점잖고 예의바를 것, 자존심을 지킬 것, 과묵할 것, 해서는 안될 일을 하지 않을 것 등의 행동규율을 요구했다. 그후 중간계급이 세력을 얻으면서 엘리트층의 신사다움과는 조금 다른 의미의 남자다움이 이상으로 부각됐다.
이를 주입하고 전수한 기관은 사립학교였다. 옥스포드와 케임브리지대학은 영국사회의 엘리트를 키워낸 요람이다. 1990년대 초반 보수당 하원의원 370명 가운데 166명이 옥스퍼드와 케임브리지 출신이었고, 현재 영국 행정부 고위 관료의 절반 이상이 두 대학 출신이며, 가장 특권적인 재무부와 외무부는 거의 두 대학 출신들이 장악하고 있다.
저자는 고정적인 영국의 문화적 이미지의 배경에 숨은 의미들을 풍부한 역사지식을 바탕으로 문화적 독해를 시도했다. 영국인들의 문화와 정신을 분석하면서 영국 국민의 정체성이 역사적으로 어떻게 만들어지고, 논의되고, 재구성됐는가를 살폈다.
최두성기자 dschoi@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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