옆집할아버지는 항상 개를 세 마리를 키우셨다. 부모님께서 누렁이를 사주시기 전까지는 난 옆집 할아버지 집에서 저녁 늦게까지 개와 놀다 오곤 했는데, 개 이름이 초복이 중복이 말복이었다. 나는 그 이름의 의미를 모르고 초복아~ 중복아~ 말복아~ 이렇게 부르면 놀았는데, 그때마다 지나가는 아줌마, 아저씨, 부모님 그리고 언니들까지 크게 웃었다.
옆집 할아버지께서는 매년 초복이 중복이 말복이를 사셨고, 나는 매년 개들이 바뀌는 이유도 모르고 "어 초복이 어디 갔어요"하면 할아버지는 "초복이 더 맛난 것 먹으러 갔어"라고 말씀하셨다.
초등학교 3학년 때에야 초복이 중복이 말복이 이름의 의미를 알고 너무나 큰 충격을 받았다. 초복 날이었다. 도저히 초복이가 어디론가 사라져버리는 걸 볼 수가 없었다.
학교에서 돌아오자마자 난 초복이를 데리고 우리 집 지하실에 가둬버리고 짖지 말라며 계속 먹을걸 주었다.
한참 후에야 지하실에 있는 나를 발견하신 엄마는 초복이와 나를 밖으로 데리고 나오셨고 할아버지께서는 나를 꾸중하시려다가도 "초복이 먹지 마세요"라며 말뚝 같은 눈물을 흘리는 나에게 아무말씀도 못하시고 그냥 초복이를 데리고 가셨다.
그리고 초복이 보다는 중복이가 먼저 없어진 것 같다.
그 이후로 집에 개를 키우는걸 싫어하셨던 부모님은 애완견 누렁이 한 마리를 사주셨고, 누렁이와 놀면서도 옆집 복이 삼 형제가 있나 없나 항상 확인했었던 것 같다.
지금도 복날이 되면 아무것도 모른 채 우리 집 지하실에서 맛나게 소시지를 먹던 초복이의 말똥말똥한 눈이 생각난다.
김은주(대구시 서구 비산7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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