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력 남편 살충제로 살해…"차라리 후련하다"

입력 2006-07-13 10:42:21

대구 동부경찰서는 술에 취해 상습적으로 폭력을 휘둘러 온 남편에게 살충제를 먹여 숨지게 한 혐의로 최모(39.대구 동구) 씨에 대해 13일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경찰에 따르면 최 씨는 지난 11일 오후 3시 30분쯤 대구 동구 자신의 집에서 남편 이모(43) 씨가 화장실에 간 틈을 이용, 이 씨가 마시던 술잔에 살충제를 섞어놓아 이를 마신 이 씨가 숨지게 한 혐의를 받고 있다.

최 씨는 12일 오후 4시쯤 경찰에 자수했으며 "평소 알코올 중독인 남편이 일은 하지 않고 매일 술만 마시면서 행패를 부려 홧김에 이 같은 일을 저질렀다."고 경찰조사에서 말했다. 최 씨는 남매를 두고 있으며, 혼자 신발가게로 생계를 꾸려 왔다고 경찰은 전했다.

13일 남편에게 살충제를 먹여 살해한 혐의로 구속된 최모(39) 씨는 "아이들 걱정에 한숨도 못잤다."며 울먹였다. 최 씨가 남편 이모(43) 씨와 결혼한 건 지난 1990년. 결혼한 지 2년만에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첫 딸을 낳았고 남편과 12년 전인 1994년 작은 신발가게도 열었다.

그러나 행복도 잠시. 가게를 연지 얼마 되지 않아 남편은 술을 입에 대기 시작했고 이내 야수로 돌변했다. IMF 사태를 거치며 절망에 빠진 남편의 주벽은 갈수록 심해졌다. 집안 물건을 부수기 일쑤였고 걸핏하면 주먹을 휘둘렀다고 했다.

남편의 알코올 중독을 고치려 노력도 해봤다. 최 씨는 "아버지 없이 자라면서 겪었던 설움을 아이들에게만은 주고 싶지 않아 참고 또 참았다."고 했다. 지난 2003년과 2005년에는 대구의료원 등에서 치료를 받기도 했다. 하지만 그 때뿐이었다. 치료가 끝나면 다시 술을 찾았고 폭력은 심해만갔다. 오히려 남편은 지난 6월에는 최 씨에게 맞았다며 고소를 하기까지 했다.

사건이 일어난 11일, 그날도 평소와 다르지 않았다. 전날 밤 고주망태로 들어온 남편과 밤새 부부 싸움을 벌였지만 남편은 달라질 줄 몰랐다는 것. 최 씨가 무모한 결심을 실행에 옮긴 그날도 부부는 심하게 다툼을 벌였다. 그날 낮부터 술을 들이키던 남편을 본 최 씨는 인근 시장 농약상에서 살충제를 사서 집으로 돌아왔다. 그리고 남편이 마시던 술잔에 약을 섞어뒀고 남편은 별다른 의심없이 술을 들이켰다고 했다.

다음날인 12일, 최 씨는 아이들을 학교로 보낸 뒤 그날 오후 스스로 경찰서를 찾았다. "아빠가 돌아가셨다. 엄마가 큰 일을 저지른 것 같다."는 말을 큰 딸에게 남긴 채였다.

장성현기자 jacksoul@msnet.co.kr 임상준기자 zzuny@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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