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미의 영화속 정신의학] 라스트 데이즈

입력 2006-07-13 07:28:06

이 영화는 90년대 젊은이들의 우상이었던 커트 코베인이라는 천재 뮤지션에 대한 이야기다. 그가 결성한 얼터너티브 록 밴드 '너바나(Nirvana)'는 1991년 발표한 첫 앨범이 800만 장의 '스매쉬 히트'를 기록하면서, 단번에 대중적 명성과 부를 거머쥐었다. 인기절정이던 너바나 밴드의 코베인은 1994년 27세의 나이로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영화 '라스트 데이즈'에서는 그가 죽기 전 며칠 간의 모습을 멀리서 바라보듯 그리고 있다.

한 남자가 초봄의 알싸한 날씨에도 아랑곳없이 호수에 뛰어들고, 초췌한 몰골로 숲속에서 밤을 지센다. 사람을 극도로 피하면서 혼자만의 시간과 공간을 파고든다. 단조롭고 알아들을 수 없는 독백 뒤에 이어지는 긴 침묵, 느리고 흐느적거리는 몸짓은 정신과 신체가 몹시 지연되어 있는 것을 보여준다. 누구도 동행할 수 없는 죽음의 외로운 길로 접어든 그는 마치 어떤 의식을 치루 듯이 자신만의 의미 있는 장소를 찾아가 자살을 실행한다. 손가락 사이로 빠져나가는 모래알처럼 그의 영혼은 그렇게 사라져버렸다.

코베인은 자신의 앞날을 예고라도 하듯 밴드 이름을 '너바나(nirvana)'라고 지었다. 너바나는 불교용어로 해탈·깨달음의 경지를 말한다. 프로이트는 인간의 죽음의 본능을 지배하는 것은 너바나 원칙(Nirvana principle)이라고 하였다. 스스로 갈등이 없는 무생물의 상태로 돌아가고자 하는 경향을 가진 인간은 고요함을 획득하기 위해 내적 긴장을 방출하려고 한다는 것이다.

어떤 이는 자살한 사람을 두고 '죽을 용기가 있으면 그 힘으로 살지'라고 안타까워한다. 그러나 이것은 참으로 자살 심리에 대해 무지한 말이다. 자살을 결심한 사람은 살아갈 어떤 희망이나 가능성도 없다고 느끼고, 매우 초조해하거나 무감각해지기도 한다. 자살은 나약한자의 선택이 아니라 정신과적 응급 상황이며 치료해야할 질환이다.

김성미 마음과마음 정신과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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