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영화)얼음왕국-북극곰의 여름이야기

입력 2006-07-12 07:56:12

총 2천600만㎢, 한반도의 100배가 넘는 거대한 얼음 땅덩어리 북극. '얼음왕국'은 얼음과 눈의 땅을 삶터로 살아가는 북극곰들이 가족을 이루고 새끼를 키워가는 모습을 생생히 담아낸 다큐멘터리 영화다. 2002년부터 3년 간 북극에서 살며 영화를 완성한 티에리 라고베르트와 티에리 피아타니다 감독은 북극에 찾아온 사계절과 그 중에서도 여름을 맞이한 생명체들의 분주한 모습에 주목한다.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동물은 북극곰. 새끼를 낳은 북극곰은 100일 동안 먹지 않고 젖을 먹이며 견디기 어려운 여름을 준비한다. 눈구멍 속에 보금자리를 만들어 새끼를 낳고 어미곰은 그 동안 먹지도 않고 젖을 먹여 새끼를 키운다.

바다표범들도 자신들을 먹이로 삼는 북극곰의 눈을 피해 새끼들을 기른다. 순록들은 여름이 되면 새순이 돋는 땅을 찾아 북쪽으로 무리 이동을 시작한다. 바다 속에는 천사의 날개를 단 듯 투명하게 흔들리는 클리오네와 크릴 새우처럼 육안으로 발견하기도 어려운 생명부터, 바다의 제왕 북극고래, 혹등고래가 살고 있다.

그러나 북극 동물들에게 여름은 점점 더 버텨가기 힘든 계절이 되고 있다. 뜨거워진 여름은 얼음을 녹여 바다표범이 서식할 곳을 빼앗아 버리고, 먹잇감이 보이지 않게 되자 북극곰들은 먹이를 찾아 헤매야 하는 눈물겨운 사투를 시작한다.

두 감독은 북극 생명의 신비를 아름답게 카메라에 담아내는 데만 몰입하지 않는다. 지구 온난화 현상으로 빚어진 북극의 여름이 그 곳의 생명체들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고 있는가에 더 집중했다.

영화는 결국 인간의 무분별한 환경 파괴가 북극 동물들을 위기로 내몰고 있다는 메시지를 슬며시 끼워 넣으며 환경파괴자가 되어버린 인간의 태도에 반성의 시간을 갖게 한다. '우리는 50년 후에도 이들을 볼 수 있을까.'

눈이 시리도록 하얗고 몸이 얼어붙도록 차가운 눈과 얼음의 나라 북극, 아직은 생명의 기운이 넘치는 이곳 동물과 바닷속 세상을 스크린으로 옮겼다. 풍부한 플랑크톤을 찾아온 일각돌고래와 북극고래, 혹등고래의 신비한 노래소리와 희귀한 생물 클리오네, 바다동물의 먹이가 되는 크릴새우 등이 펼치는 장관도 볼 수 있다.

아름다운 영상에 정통 에스키모의 후손인 엘리자피가 음악을 맡았다. '퀴즈 탐험-신비의 세계'를 진행하며 동물들의 목소리를 재현해낸 손범수 아나운서가 내레이션을 맡아 북극여행을 돕는다. 81분. 전체 관람가. 13일 개봉.

최두성기자

최신 기사